퇴직자는 건보료 힘들게 내는데…건보공단의 ‘6000억 사건’ 무슨 일?

김용 2025. 11.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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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40, 50대 명퇴자들은 무엇을 할까? 식당 등 자영업은 최악의 상황이다. 명퇴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보료 정책이 아쉽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급이 끊긴 퇴직자에겐 10만 원도 큰돈이다. 국민연금도 못 받는 50대 '희망 퇴직자'는 생활비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룬다. 오랜 경기침체로 최근 수많은 퇴직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은행, 대기업을 제외하곤 위로금 한 푼 없이 약간의 퇴직금만 받고 나오는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오랜 직장 스트레스로 나빠진 본인의 건강보다 자녀들의 대학 등록비 마련이 더 걱정이다.

직장 있을 때는 몰랐다 "건보료 이렇게 많아"…퇴직자들이 놀라는 것은?

퇴직자들이 놀라는 것은 또 하나 있다. 건강보험도 직장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어 건보료(건강보험료)가 본인 앞으로 날라온다. 부부가 평생 아끼고 아껴서 서울에 집 한 채 있다면 건보료 액수는 정말 큰 돈이다. 퇴직금을 까먹으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역가입자는 집 등 재산에도 건보료를 매긴다. 그것도 오롯이 혼자서 내야 한다. 직장인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한다. 급여 통지서에 찍히던 그 건보료가 이제는 너무 큰 부담이다. 정든 집을 팔아야 할까?

건보공단, 인건비 부풀려 나눠 가졌다?8년간 무려 6천억여 원, "믿기지 않아"

건강보험을 운용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홈페이지를 들여다봤다.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혁신하고 변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끊임없는 혁신과 전문성 함양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글도 보인다. '혁신' '변화'를 강조한 것을 보면 퇴직자들의 오랜 염원인 건보료 부과 체계에도 혁신과 변화가 있을 듯하다. 혹시 재산에도 부과하는 건보료의 폐지? 하지만 이런 기대는 거의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대신에 건강보험 적자 위기 뉴스만 계속 나온다.

건보공단이 직원들의 인건비를 부풀려 직원들끼리 나눠 가졌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액수가 너무 크다. 8년간 무려 6천억여 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일 발표한 보도자료가 출발점이 됐다. 권익위는 자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밝히지 않고 '00공단'으로 표기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가 7일 '건보재정 방만운영 건강보험공단...'으로 시작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00공단'의 실체가 드러났다.

의사협회 "방만경영 건보공단이 오히려 건보재정 누수" 주장

의사협회는 "국민의 소중한 건보료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수년간 법령과 정부 지침을 위반한 채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편취했다"면서 "지난 2022년 '공단 소속 직원 횡령 사건'에 이어 이번 인건비 과다 편성 및 횡령 등 고질화된 방만 경영으로 오히려 공단이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논의를 두고 건보공단과 대립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사 면허만 빌려 병원 운영)이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이라며 수사 기능이 있는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관련 규정을 어기고 5급과 6급 직원에 대해 상위직급인 4급과 5급의 보수를 적용, 인건비를 편법으로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총 5995억 원을 과다 편성하여 연말에 '정규직 임금인상'이라는 명목으로 직급별로 나눠서 지급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선 재정팀장이 2022년 4~9월 공단 내부 전산망을 조작하는 등 18차례에 걸쳐 총 46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민사소송으로 계좌 압류·추심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전액 회수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자들이 내는 건보료 운용하는 기관…"명퇴자 부담 덜어주는 정책 아쉬워"

건보공단에선 20, 30대 젊은 직원들의 볼멘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8년 동안 5995억 원을 나눠서 챙긴 선배들은 두둑한 퇴직금까지 받고 퇴직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이 이미 정년퇴직한 선배들의 잘못을 오롯이 떠안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경영방침에선 혁신, 효율,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인건비 불법 편성, 횡령 사건으로 얼룩진 기관에서 '청렴'을 앞세운다는 것이 민망하게 보인다. 건보공단의 젊은 직원들의 혁신 의지가 꺾이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많은 퇴직자들이 내는 건보료를 운용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단의 정규직은 60세 정년을 보장받고 있다. 반면에 힘들게 건보료를 내는 퇴직자들은 40, 50대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직장 생활 도중 '잘린' 사람들이다. 사기업 입사자들은 정년을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일찍 거리로 내몰린다. 40, 50대 명퇴자들은 무엇을 할까? 식당 등 자영업은 최악의 상황이다. 건보공단이 경영방침인 혁신, 효율을 통해 명퇴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건보료 정책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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