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트럼프 중재’ 잉크 마르기도 전에… 태국·캄보디아, 110년 묵은 사원 분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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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됐던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2주 만에 다시 파국을 맞았다. 10일(현지시각) 오전 국경 지대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태국 정부는 즉시 평화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AP와 현지매체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아누틴 차른위라쿤 태국 총리는 "캄보디아와 맺은 평화 협정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디플로맷은 태국이 이런 캄보디아 정치 역학에서 오는 군사적 약점을 꿰뚫어 보고 다시 국경 분쟁에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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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국경 갈등’을 경제 제재 탈출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됐던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2주 만에 다시 파국을 맞았다. 10일(현지시각) 오전 국경 지대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하자, 태국 정부는 즉시 평화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7월 교전으로 30만 명 넘는 피란민을 낳았던 비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AP와 현지매체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각) 아누틴 차른위라쿤 태국 총리는 “캄보디아와 맺은 평화 협정 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태국 시사켓주 국경 지대를 순찰하던 태국군 병사들은 지뢰를 밟았다. 이 사고로 병사 1명은 오른쪽 발을 잃었고, 다른 병사는 폭발 충격으로 흉통을 호소하는 등 최소 2명에서 최대 4명이 다쳤다.
아누틴 총리는 이날 “사라진 줄 알았던 적대 행위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11일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태국 정부는 합의 이행 다음 단계로 여겨졌던 캄보디아군 포로 18명 석방 계획도 무기한 보류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지뢰 매설은 사실 무근”이라며 “평화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두 나라는 지난 7월 24일부터 5일간 국경 지대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당시 태국군은 15명이 전사하고 230명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태국 측 민간인 사망자도 14명이 발생했다. 14만명은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올랐다. 태국 측은 캄보디아군 사망자가 7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캄보디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군인 18명이 전사했고, 21명 이 부상당했으며, 민간인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국제구호단체에 따르면 두 나라는 피해자 규모를 상대 국가 발표에 맞춰 줄여 발표하는 경우가 잦다.
분쟁이 격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개입을 선언했다. 그는 교전 사흘째 되던 날 “전투를 멈추지 않으면 관세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두 나라를 압박했다. 이후 지난달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담 방문차 트럼프 대통령이 말레이시아를 찾은 시기에 맞춰 두 나라는 ‘쿠알라룸푸르 평화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안에는 국경 지대 중화기 철수, 공동 지뢰 제거, 포로 석방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관세 감면, 경제적 지원을 합의 조건으로 걸었다. 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추가 관세율이 36%에서 19%로 조정됐다. 캄보디아 역시 49%에 달했던 추가 관세가 19%로 인하돼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2주 만에 휴전 합의가 깨지면서 트럼프 대통령 중재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애초에 110년 넘게 이어진 영토 분쟁 뇌관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재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두 나라 분쟁 핵심에는 1907년 프랑스와 캄보디아가 맺은 조약에 등장하는 프레아 비히어, 따므언톰 등 고대 사원 소유권 문제가 있다. 1907년 캄보디아를 점령한 프랑스는 통치를 수월히 하려는 목적으로 태국 측 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지도와 조약 해석에 차이가 생기면서 해발 525m 절벽 위에 세워진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포함한 접경 지역 일대가 소유권 분쟁에 빠졌다. 분쟁은 1954년 이후 국제사법재판소, 유네스코에 회부됐지만, 70년 넘게 지나도록 현지 민족주의·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도 이 역사적인 문제를 제대로 거론하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아누틴 총리는 합의 직후 “태국과 캄보디아는 이웃이지만, 중재자는 다른 대륙에 있다”며 미국 역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합의 공식 명칭 역시 평화 협정(Peace Deal)이 아닌 ‘공동 선언(Joint Declaration)’에 그쳤다. 교도통신은 태국 군부 관계자를 인용해 “캄보디아에 대한 불신이 깊은 군부가 공동 선언 단계부터 이미 백업 플랜을 준비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캄보디아를 향한 국제 사회 제재 역시 국경 분쟁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 사법 당국은 캄보디아를 세계적인 온라인 사기 범죄 진원지(global epicenter)로 꼽았다. 하버드대 아시아센터 소속 국제범죄 전문가 제이콥 심스는 캄보디아 경제 범죄 규모가 연간 125억~190억 달러(약 17조~26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캄보디아 전체 국내총생산(GDP) 6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미 당국은 캄보디아·중국 이중 국적자 천즈(陳志·38) 회장과 그가 세운 프린스 그룹 소유 비트코인 140억 달러어치를 압류했다.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온라인 사기 범죄는 훈센 상원의장(전 총리) 일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프린스 그룹 제재가 훈센 정권 돈줄에 치명타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제 사회 압박이 이어지고, 범죄 수익이 끊긴 상황에서 태국과 국경 갈등이 정권 내부 결속을 다지고 비판 여론을 외부로 돌리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훈센 정권은 쿠데타를 극도로 우려해 직속 70여단 외에는 국경 부대일지라도 군사 장비와 물자 보급을 줄이고 있다. 태국이 스웨덴으로부터 그리펜 전투기를 도입한 반면, 캄보디아는 ‘전투기 한 대라도 정권에는 헤아릴 수 없는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도입을 포기했다. 디플로맷은 태국이 이런 캄보디아 정치 역학에서 오는 군사적 약점을 꿰뚫어 보고 다시 국경 분쟁에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마커스 카르부암 악셀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동남아연구소장은 “두 나라 지도층이 사적 이익에 과도하게 집착, 국내 정치 위기가 외부로 전이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신뢰 축적, 투명한 이행 기구, 언론 자유·시민참여 확대 없이, 무의미한 휴전 협정만 이어지면 분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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