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그림 속 125살 서귀포 향나무 옮기기로…지워지는 이야기의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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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 옆 우뚝 솟은 나무들 사이로 제주 서귀포 바다가 품은 작은 섬, '섶섬'이 보입니다.
평화로운 풍경을 담은 이 그림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한 12점 중 하나인 '섶섬이 보이는 풍경'입니다.
해당 향나무 아래 안내판에는 '이중섭 화백은 서귀포 피난 시절, 이 향나무 아래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작품 구상을 하곤 하였습니다. 나무의 수령은 125년입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김 건축가는 이어 "공간도 중요하고 동선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서귀포 관광극장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나무를 보존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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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 옆 우뚝 솟은 나무들 사이로 제주 서귀포 바다가 품은 작은 섬, '섶섬'이 보입니다.
평화로운 풍경을 담은 이 그림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한 12점 중 하나인 '섶섬이 보이는 풍경'입니다.
1951년 전쟁을 피해 제주로 온 이중섭 작가의 눈에 비친 장면입니다. 궁핍했지만 가족과 함께였기에 따뜻했던 시절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지금도 그의 거주지에 가면 섶섬과 바다, 그리고 향나무가 70여 년 전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중섭 미술관 확장한다는데 정작 사라지는 이중섭의 풍경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섶섬이 보이는 풍경' 속 향나무가 조만간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이중섭미술관 규모를 10배 키우면서 건물이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서귀포시는 해마다 증가하는 관람객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같은 위치에 연면적 5,982㎡ 규모의 미술관을 짓고 있습니다.
향나무가 공사 동선에 걸리면서 인접한 부지로 옮기겠다는 게 서귀포시의 설명입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건축 설계상 이식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해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올해 12월이나 내년 1월쯤 이식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120살을 넘긴 나무가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서귀포시가 자문을 구한 나무의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 이식 어려운 수종…"설계 때부터 고려했으면"
박치관 한국나무의사협회 제주지회장은 "사람으로 치면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라며 "그런 분들을 수술했을 때 회복이 굉장히 더딘데 나무 역시 똑같다"고 말했습니다.
박 지회장에 따르면 향나무는 이식이 어려운 수종으로, 이식할 때 뿌리를 살리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앙상한 모습만 남게 된다고 합니다.
박 지회장은 "학교 건물을 지을 때도 지켜야 할 나무가 있으면 설계 전부터 함께 점검을 하고 있다"며 "역사성이 있는 나무인 만큼 실시 설계 때부터 반영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이미 (이식이) 결정 난 사항이기 때문에 최대한 살릴 수 있게 노력할 계획"이라며 "원래 모습까지 자라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향나무 아래 안내판에는 '이중섭 화백은 서귀포 피난 시절, 이 향나무 아래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작품 구상을 하곤 하였습니다. 나무의 수령은 125년입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안내판 설치 시기가 적혀 있지 않아 현재 정확한 수령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중섭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은 흔적이라는 겁니다.
그가 서귀포에 머문 기간은 11개월에 불과했습니다.

■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이어 '또'…"이야기를 지워선 안돼"
최근에는 이중섭 미술관 옆 서귀포 관광극장이 기습 철거돼 논란이 됐습니다.
1963년 서귀포 최초의 극장으로 문을 연 역사적 건물이지만, 이를 매입한 서귀포시가 노후 건물의 붕괴를 막는다며 지난 10월 전문가 협의없이 야외공연장 벽체 일부를 허물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한 건축가는 이번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지건 공공건축가는 " 이중섭 작가가 그 장면을 그려냈다면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했다"며 "미술관을 찾는 분들은 그림 속 장면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을 텐데 현실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건축가는 이어 "공간도 중요하고 동선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서귀포 관광극장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나무를 보존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술관 확장의 목표가 단순한 관람객 증가가 아니라, 이중섭과 서귀포라는 이야기를 더 넓게 공유하기 위한 것이기에 이야기를 지워선 안 된다는 겁니다.

공사 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작가가 11개월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낸 뜰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며 "이러다 관광극장에 이어 향나무마저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서귀포시 관계자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혹서기를 피해 겨울에 이식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식 후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진애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어제(10일) KBS 라디오 제주포커스에 출연해 미술관 확장 공사 과정에서 일부가 철거된 서귀포 관광극장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 '시간의 힘이 쌓인 공간'은 우리가 없애는 건 쉽지만, 현대 건축 기술로서 시간을 창조할 수 없다"며 "되도록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술관 조감도를 봤는데 달랑 미술관 하나만 생각하고 주변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중섭미술관, 거주지, 관광극장 세 공간을 잘 엮으면 세계에 내놓을 만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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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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