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나한테 안타 쳐 봤나!’ 전설이 헤어지며 싱글벙글… 서로가 서로의 자랑이었다

김태우 기자 2025. 11. 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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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이튼 커쇼와 오타니 쇼헤이는 평소부터 서로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을 보여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올 시즌 한 선수의 활약에 유독 경의를 표해 관심을 모았다. 경기가 끝난 뒤 자랑하고 싶은 동료가 있으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 선수의 사진을 올려 존경을 표하는 게 ‘루틴’이었다. 그리고 클레이튼 커쇼(37)는 ‘오타니 리스트’의 단골손님이었다.

오타니는 커쇼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커쇼는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올해까지 빅리그 18시즌 동안 455경기(선발 451경기)에 나간 전설 중의 전설이다. 그가 어떻게 오랜 기간 이 험난한 리그에서 살아남았는지는 등판 사이의 준비 과정만 보면 잘 알 수 있다는 게 오타니의 설명이었다. 지독하게 운동하고,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자신에게도 많은 공부가 됐다고 덧붙였다.

커쇼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한 오타니에 대한 경의를 아끼지 않았다. 나이는 많이 어리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투·타 겸업을 하는 것을 보고 수차례 존경심을 이야기했다. 커쇼 또한 오타니가 그 과정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옆에서 지켜봤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즉, 양쪽 모두 상대의 더그아웃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숨겨진 사실’을 확인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셈이다.

그런 커쇼는 오타니와 짧은 동료 생활을 마친 채 현역을 끝냈다. 햇수로는 2년이다. 그런데 커쇼는 오타니를 상대로 하나의 ‘훈장’이 있다. 바로 이 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인 선수에게 ‘정규시즌’에서는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은 것이다. 훗날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되는 커쇼도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 오타니는 커쇼에게 선발로서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자랑스러워한다

현역을 마치고 이제 다음 시즌 걱정 없는 홀가분한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커쇼는 9일(한국시간) 미국의 인기 스포츠 토크쇼인 ‘댄 패트릭 쇼’에 출연, 자신의 경력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냈다. 이제 승부의 치열함에서 잠시 벗어난 커쇼는 웃는 얼굴로 질문에 답했고, 오타니에 대한 질문도 유쾌하게 받아쳤다.

커쇼는 “에인절스 시절의 오타니와 맞붙어 본 적이 있느냐”는 진행자 패트릭의 질문에 “물론이다. 기록을 확인해보라. 나는 쇼헤이에게 한 번도 안타를 맞아 보지 않았다”고 웃으면서 “그리고 (내가 은퇴를 했으니) 앞으로 평생 그 기록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패트릭이 오타니를 상대로 정규시즌 11타수 무안타, 4탈삼진을 기록했다고 하자 “기분이 정말 좋다. 오늘 하루는 계속 좋은 기분으로 지낼 수 있겠다”고 껄껄 웃었다.

완전히 무안타는 아니다. 2022년 올스타전 당시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나선 커쇼는 아메리칸리그 1번 타자였던 오타니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적이 있다. 다만 이벤트 경기였고, 정규시즌에서 커쇼가 오타니에게 단 한 번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건 맞는다. 사실 오타니가 11번을 맞붙어 출루조차 한 번 하지 못한 투수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커쇼가 뿌듯해 할 만하다.

▲ 2022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당시 오타니가 커쇼에게 안타를 치는 장면. 다만 오타니는 커쇼를 상대로 한 정규시즌 11번의 대결에서는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패트릭은 “오타니를 상대할 때 어떤 식으로 공략을 했나”고 묻자 커쇼는 “그건 다른 투수들도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다. 오타니에게는 평범한 구속의 공을 던져서는 안 되는데, 지금의 나는 평균적인 구속밖에 안 나온다”면서 “그래서 지금 다시 맞붙으면 잘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타니를 상대할 때는 정말 빠른 공이나, 아니면 커브처럼 느린 공로 공략해야 한다”고 하나의 ‘꿀팁’을 남겼다.

그렇다면 커쇼는 농담 삼아 오타니에게 이 기록을 자랑했을까. 커쇼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커쇼는 “오타니와 대화를 할 때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다.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다”고 했다. 물론 평상시 오타니의 성품을 생각하면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겠지만, 동료에게 실례가 될 수 있기에 이를 묻지 않은 커쇼의 성품 또한 남달랐던 셈이다. 두 선수는 서로가 서로의 자랑이었다.

▲ 오타니가 다저스로 이적하면서 2년간 함께 뛴 두 전설과 예비 전설

한편 커쇼는 당분간 휴식을 선언했다. 구단에서 한 자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고, 실제 다저스는 커쇼를 영원히 ‘다저스 맨’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미 네 아이의 아빠인 커쇼는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 당분간은 육아에 전념하며 그간 못 했던 ‘아빠’로서의 몫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커쇼가 누가 강요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은퇴를 선언한 배경이었다.

커쇼는 “무엇보다 다섯 번째 아이가 태어난다. 당분간은 아빠로 지내며 가족과 함께할 것이다. 가까운 시일에 뭔가 풀타임 일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다”며 훗날을 기약했다. 물론 다저스는 그 아빠로서의 임무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 커쇼를 다시 팀에 부를 가능성이 크다.

▲ 당분간은 야구계에서 일을 하기보다는 그간 못했던 아빠로서의 몫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힌 클레이튼 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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