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죽기 전엔 다 갚을까… 트럼프 ‘50년 모기지’ 갑론을박

유진우 기자 2025. 11. 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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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각)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만기를 최장 5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빌 풀티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우리는 50년 모기지론 작업을 실제 진행 중"이라며 "이는 완전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현재 추진 중인 50년 모기지를 당시 FDR 정책에 버금가는 핵심 주택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년 넘게 연 6% 이상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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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노예 계약’
‘내 집 마련 사다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현지시각)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만기를 최장 5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과 높은 금리 장벽에 얼어붙은 주택 시장을 살리고, 청년층 ‘아메리칸 드림’을 지원하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매월 갚는 돈 몇 푼 아끼려다 평생 빚더미에 앉는 ‘부채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경고 터져 나오는 등 논란이 거세다.

빌 풀티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 청장은 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우리는 50년 모기지론 작업을 실제 진행 중”이라며 “이는 완전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프랭클린 루스벨트(FDR) 전 대통령과 자신을 나란히 비교하는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 시절, 미국에 30년 만기 모기지를 도입해 중산층 주택 소유 시대를 연 인물이다. 트럼프는 현재 추진 중인 50년 모기지를 당시 FDR 정책에 버금가는 핵심 주택 공약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나온 부동산 매물. /연합뉴스

우리나라에 주택담보대출에 있는 것처럼, 모기지(Mortgage)는 미국에서 집을 살 때 표준 방식으로 쓰인다. 실제 미국 주택 구매자 90%가 루스벨트 대통령 시기 도입한 30년 고정금리 모기지를 이용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50년 모기지는 이 30년 공식을 50년으로 20년이나 대폭 늘려, 매월 내는 원리금(원금+이자)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시장이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년 넘게 연 6% 이상 고공행진 중이다.

집값은 치솟고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면서, 새로 집을 사려는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Redfin)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구는 월 소득 39%가량을 모기지 상환에 쏟아붓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최근 보고서를 보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 평균 연령은 40세에 달했다.

특히 2022년 이전 팬데믹 시기에 연 2~3%대 초저금리로 대출받은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지 않으면서 매물조차 말라붙었다. 이들이 지금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하면, 2~3%대 금리 대신 6%가 넘는 금리를 새로 감당해야 한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모두 이자 때문에 발을 빼는 모양새다.

풀티 FHFA 청장은 X에 “우리는 젊은이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보장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며 “50년 모기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광범위한 해결책 가운데 핵심적인 무기”라고 강조했다.

매물로 올라온 한 주택. /연합뉴스

부동산 투자 분석업체 노라다에 따르면 40만 달러(약 5억5000만원) 주택을 연 6.25% 금리 모기지로 구입하면 30년 만기 시 매월 상환액은 2463달러(약 340만원)다. 반면 50년 만기로는 월 2180달러(약 300만원)로 줄어든다. 매월 283달러(약 39만원), 약 12% 정도 납입 부담이 낮아진다.

다만 총상환액에서 약 42만달러 정도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40만 달러 주택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총 이자는 약 48만7000달러(약 6억7000만원)다. 반면 50년 만기 총 이자는 90만8000달러(약 12억5000만원)로 불어난다. 월 39만원을 아끼기 위해 20년 뒤까지 총 42만1000달러(약 5억8000만원)가 넘는 이자를 더 내야한다.

미국에서 집은 단순 거주 공간을 넘어 가장 중요한 자산 증식 수단이다. 하지만 50년 모기지는 초기에 내는 돈 대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간다. 이후 오래 갚을수록 원금 상환 비율이 높아진다. 30년을 50년으로 늘리면 집에 대한 내 지분(Equity·순자산)이 쌓이는 속도가 극도로 느려진다. 노라다 분석에 따르면 30년 대출은 약 18년이면 40만 달러 집값에 절반(50%)이 내 자산이 된다. 그러나 50년 모기지를 받으면 집값 50%를 순자산으로 만드는 데 28년이 걸린다.

순자산 축적 속도가 느린 탓에 주택시장이 위축돼 집값이 떨어질 경우, 대출금이 집값보다 많아지는 ‘네거티브 에쿼티(Negative Equity·깡통 주택)’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2000년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50년 모기지 이용자가 대거 채무 불이행(default)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50년 모기지에 대한 미국인들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부동산 투자자 그레이엄 스테판은 “월 납입금을 10% 아끼는 대가로 상환 일정을 거의 두 배로 늘리는 것”이라며 “재정적으로 거의 말이 되지 않는다. 결코 좋게 끝날 수 없다”고 X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강경파 의원조차 공개 반발에 나섰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X에 “이 정책은 은행, 모기지 대출 기관, 주택 건설업자만 원하는 조치”라며 “대다수가 평생토록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이자만 내다, 집값을 다 갚기도 전에 죽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리처드 그린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교수는 “대출 기간이 길수록 대출 기관 위험이 커진다”며 “15년 만기 금리가 30년 만기보다 낮듯이 50년 만기 금리는 30년보다 더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 경우 30년 모기지 대신 50년 모기지를 사용할 때 거둘 수 있는 월 납입금 절감 효과는 더 미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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