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국의 이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4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박2일 일정으로 몽골을 방문했다. 푸틴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몽골은 ICC 설립에 관한 로마 협약 가입 당사국으로 ICC에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몽골 정부는 푸틴을 체포하기는커녕 국빈으로서 극진히 대접했다. 화가 난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푸틴을 겨냥해 “몽골이 처한 지정학적 취약성을 십분 악용해 몽골 측에 굴욕을 안겼다”고 쏘아붙였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낀 것은 물론 바닷길로의 접근마저 차단된 내륙국 몽골의 처지를 지적한 셈이다. 몽골로선 이 두 나라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몽골이 훨씬 더 큰 두 이웃나라 사이에 끼어 있다는 입장은 이해한다”고 밝혔다. 내륙국의 비애에 공감한다는 뜻일 것이다.

작은 나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럽에는 내륙국이 많다.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몰도바 그리고 헝가리 등이 그렇다.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1990년대 초 연방 해체 후에도 둘이서 연방 체제를 유지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신(新)유고 연방’으로 불렸다. 2003년부터는 연방 구성원의 자치권을 대폭 늘린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연합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2006년 바다와 면한 몬테네그로가 독립을 선언하며 국가연합이 깨졌다. 그간 몬테네그로를 통해 해양과 연결되었던 세르비아는 이제 내륙국의 운명을 감수해야 했다. 옛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경우 제1차 세계대전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의 열강으로서 영토가 지중해까지 뻗어 있었다. 그러나 1차대전 패전의 결과 제국이 해체되며 분리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는 둘 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국이 되고 말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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