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안 치는데 ‘골프엘보’?…실은 ‘마우스 클릭’이 더 위험하다

윤성철 2025. 11. 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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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거나 걸레를 짤 때마다 팔꿈치 안쪽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꽤 오래됐다. 많이 아플 땐 파스만 붙이고 버텼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더니 황당하게도 '골프엘보'(golf elbow)라 했다.

"골프는 태어나서 한 번도 쳐본 적도 없는데 '골프엘보'라니, 처음엔 당황스러웠어요."

골프엘보는 팔꿈치 안쪽 힘줄에, 테니스엘보는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염증이 생긴 것.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맞벌이하는 주부 허모 씨(여, 42)처럼 스포츠와 무관하게 '엘보' 진단을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병원 치료받는 사람만 연간 70만 명이 넘는다. 주로 30~50대다.

하지만, 실제로 테니스나 골프로 인해 팔꿈치 치료받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0% 이내에 불과하다. 테니스엘보 환자의 95%는 테니스 때문이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이름은 스포츠에서, 환자는 일상에서

골프엘보는 팔꿈치 안쪽 힘줄에 생긴 염증(내측상과염)을, 테니스엘보는 팔꿈치 바깥쪽 힘줄에 생긴 염증(외측상과염)을 일컫는다. 골프 스윙할 때는 팔꿈치 안쪽에, 테니스는 백핸드 동작할 때 팔꿈치 바깥쪽에 반복적인 충격이 가해져 발생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긴 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하는 직장인,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직업군(택배기사 등), 그리고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들이 주요 환자군이다.

두 질환 모두 '반복 사용', '과다(過多) 사용'이 공통 분모다. 운동 인구는 골프가 훨씬 많지만, 엘보 환자는 테니스가 훨씬 많다. 테니스엘보 환자가 10명이라면 골프엘보 환자는 2~3명 꼴이다. 팔꿈치는 안쪽 근육에 비해 바깥쪽 근육이 상대적으로 더 약하기 때문이다.

반복사용, 과다사용이 부르는 '엘보 팬데믹'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크게 증가한 것과 관련이 깊다. 부산큰병원 김준석 병원장(정형외과)은 "엘보 통증은 '운동선수의 병'이라기보다 현대인의 직업병에 가깝다"면서 "초기엔 가볍게 지나가도 반복 자극이 계속되면 미세손상이 누적돼 만성 통증으로 굳어진다"고 했다.

물론, 팔을 많이 쓰는 골프, 테니스 즐기는 이들에게도 생긴다. 특히 초보를 탈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연습을 많이 할 때 더 위험하다. 배드민턴, 스쿼시 동호인들 중에도 팔꿈치 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럴 때가 시작… "팔꿈치 통증, 초기 대응 빠를수록 예후 좋아"

처음에는 뻐근함과 일시적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손으로 물건을 꽉 쥘 때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이 반복되면 위험신호다. 문손잡이를 돌리기, 컵 들기, 악수, 젓가락질 같은 사소한 동작이 고통스럽고, 잠잘 때 뒤척이기만 해도 깰 정도라면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그래도 환자의 약 80~90%는 이내 회복이 된다.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린다. 그런 초기단계에선 휴식,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있다.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치료 기간이 짧고 재발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불편해질 정도로 진행되면 웬만한 치료로는 잘 개선되지 않는다.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운동치료를 통한 근력 강화, 스트레칭으로 힘줄 유연성을 회복하는 등의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체외충격파, 또는 프롤로(prolo)주사나 PDRN 주사도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계속 통증이 남는다면 관절내시경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만성화 단계로 들어가면 자연 회복이 어렵기 때문. 허 씨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너무 오래 방치해둔 것이 탈이었다.

손과 팔을 너무 많이 써서 생기는 테니스엘보, 골프엘보는 정작 이름과는 달리 일반인들에 더 많이 생긴다. 하루 종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들엔 피하기 어려운 직업병 비슷하다. 사진=부산큰병원

부산큰병원 김준석 병원장은 "2.4mm의 초소형 카메라를 팔꿈치 관절 안으로 집어넣고 병변을 제거한 후 손상된 인대와 힘줄을 치료한다"면서 "내시경을 정밀하게 다룰 수만 있다면 출혈량도 거의 없고 회복도 빠르다"고 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자가 진단법도

증상 초기에 자가 진단을 해볼 수도 있다. 손목을 손등 방향으로 젖힐 때 팔꿈치 바깥쪽이 아프면 테니스엘보를 의심해볼 만하다. 반대로 손목을 손바닥 방향으로 굽힐 때 팔꿈치 안쪽이 아프면 골프엘보 쪽일 수 있다.

김준석 원장은 "손목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서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컴퓨터 작업이 많은 직장인은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고, 한 시간마다 팔과 손목을 쉬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적당한 무게의 아령, 탄력밴드 등을 활용해 손목관절과 주변 근육을 평소에 강화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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