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청춘과 사랑 녹아든 식물원, 이 작은 꽃길엔 큰 의미가 담겼죠”
경북도 공모전 대상 받은 김두현씨
30년 ‘추억’ 새겨진 곳에서 새출발
엄청난 예식비용 때문에 고민하다
똑같은 형식 버리고 ‘특별함’ 선택
과수원·대피소…‘이색 장소’ 눈길

“맡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직접 꾸민 ‘버진로드’ 위를 걸어가겠다는 각오로 준비했습니다.”
경북도가 개최한 ‘나만의 작은 결혼식’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두현씨(33)가 6일 이같이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내가 사는 식물원 속 작은 결혼식’이라는 주제로 공모에 도전했다. 경북 예천에 사는 그는 부모님이 30년간 정성스럽게 가꾼 작은 식물원에서 결혼식을 직접 준비했다. 부모님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 부부의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씨의 아내도 “추억이 담긴 공간에서의 결혼식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래도 결혼식장에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였다. 결혼이 단순히 둘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말은 김씨도 쉽게 흘려듣긴 어려웠다.
김씨는 “우리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치르자는 목표로 꽃을 가꾸고 마당을 정리했다”며 “턱시도, 장식 하나까지 직접 선택하고 준비하다 보니 솔직히 힘들었다. 하지만 직접 가꾼 꽃들 사이로 걷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결혼식이 로맨틱하고 따뜻한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했다. 작은 결혼식을 준비한 데는 무엇보다 비용 문제가 컸기 때문이다. 그는 “엄청난 결혼식 비용에 고민이 컸다”며 “결국 거창하지만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형식보다 ‘우리만의 의미’를 담은 작은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가 주최한 이번 공모전에서 총 31건(사례 분야 11건, 장소 분야 20건)의 수상작이 나왔다. 대상을 받은 김씨를 포함해 사례 분야에서는 저마다 다양한 사연이 쏟아져 눈길을 끈다.
부모님이 과수원에 어릴 때 심은 메타세쿼이아 앞에서 결혼식을 준비한 ‘나의 집, 사과과수원에서 결혼식을 하다’와 가까운 친지 60명만 초대해 축의금 없이 구미에 있는 음식점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린 ‘채(이)소(이)를 키우는 작은 텃밭을 만든 이야기’ 등 2건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귀촌 프로그램을 통해 울릉도에서 터 잡은 후 결혼하게 된 신혼부부 사연인 ‘울릉도에는 결혼식장이 없다는데…’도 우수상을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이 부부는 호박엿 공장의 도움으로 만든 ‘호박 버진로드’와 직접 빚은 ‘울릉국화 막걸리’ 등을 활용해 울릉도 대피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장소 분야 대상은 접근성과 편의성, 실내외 예식이 모두 가능한 공간 구성과 높은 활용성을 인정받은 안동시 남후면에 있는 ‘토락토닥’ 카페가 차지했다. 또 편의시설과 실내외 공간이 잘 갖춰진 상주 ‘명주정원’, 한옥 특유의 편안함이 살아 있는 성주 ‘청천서원’, 넓은 잔디광장과 편의성을 갖춘 의성 ‘어울마실’이 최우수로 뽑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민간 예식장이 아닌 다양한 장소에서 양가 합산 100명 이하의 결혼식에 최대 300만원의 결혼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며 “관행적인 결혼문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마음으로 축하해주는 작은 결혼식 문화를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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