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망 뺏길라"…불안한 비자·마스터株
글로벌시장 장악력 위협받아
지지부진 주가, 목표가 하향도
스테이블코인 결제실험 나서
월가 "성공해야 주가 오를 것"

수십 년간 전 세계 카드 결제시장을 양분하며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결제 공룡' 비자(V)와 마스터카드(MA)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견조한 소비 지출과 국경 간 결제 회복세에도 월가는 이들 회사의 장기적인 '네트워크 독점'에 균열이 가고 있다며 미래 수익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비자는 전일 대비 0.5% 하락한 275.5달러, 마스터카드는 0.3% 내린 45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연초 이후 S&P500이 15% 이상 오르는 동안 두 기업 주가는 5~8%대 상승에 그치며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나스닥은 물론 다른 핀테크 및 기술주 섹터가 강한 랠리를 보인 것과도 확연히 대비된다.
월가에서는 이들의 주가 전망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견조한 소비 지출이 단기 실적을 방어하겠지만, 장기적인 네트워크 수수료 압박 가능성이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의 성장은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경제적 해자(Moat)'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월가에서 실제로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폴 골딩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비자의 목표가를 종전 425달러에서 410달러로 하향 조정했고, 매슈 커드 트루이스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마스터카드 목표주가를 기존 638달러에서 630달러로 내렸다.
이들 거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 '1~3일'에 달하던 결제 정산 시간을 '1초' 단위로 단축시키며 양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부터 위협하면서다.
두 회사 역시 블록체인을 적극 포섭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5일 리플의 연례 행사인 '스웰 2025'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시스템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리플, 제미니, 그리고 미국 규제 은행인 웹뱅크와 손잡고 리플의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RLUSD'를 도입하는 식이다. 제미니 신용카드 발급사인 웹뱅크가 마스터카드 거래를 RLUSD를 통해 '즉시'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1~3일이 소요되던 정산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카드 결제' 경험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이면의 백엔드 시스템에 블록체인의 속도와 효율성을 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세계 1위' 비자는 '전사적 체질 개선'이라는 정공법으로 맞서고 있다. 비자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임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연 연례 워크숍에서 두 가지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코인'을 제시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비자는 "신흥 시장과 기업 간 거래(B2B) 결제 및 송금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비자는 이미 솔라나와 이더리움 등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USDC를 활용한 결제 및 정산 테스트를 수년간 진행해왔다.
월가에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의 적응 여부에 따라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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