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만나러 '종이 밖으로 나온' 지역신문 기자들

윤유경 기자 2025. 11. 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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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독자 중심' 인터렉티브 콘텐츠 확장한 인천일보
초고령사회, 사회적 경제 통한 원주형 통합돌봄체계 방향 제시한 원주투데이
"편집기자도 독자에게 할 말이 있다" 지면 위로 올라온 강원도민일보 편집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나라 인천일보 기자. 사진=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사무국 제공.

신문 기자도 더 이상 지면 속에만 머무를 수 없는 시대다.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접하는 독자가 점점 더 드물어지는 요즘, 독자가 더 편리하고 재밌게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하려는 도전은 계속해 강조된다. 이나라 인천일보 기자 역시 “신문 기자는 기사만 쓰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지면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종이 밖으로' 나왔다.

지난달 31일 청주 오스코(OSCO)에서 진행된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발표에 나선 이 기자는 “매일 출입처 중심의 기사와 속보를 쓰면서 독자들이 어떤 기사를 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지 못했다”며 “그러다 올해 디지털미디어부에 배치됐고, 뭘 써야할 지 막막했지만 정해진 게 없으니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걸 좀 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디지털 시대 신문 기자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나',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더 편리하고 흥미롭게 기사를 접할 수 있나'를 계속해 질문하며 콘텐츠를 확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지난 10개월 동안 세 가지 기획을 만들어냈다. 독자에게 편집권을 넘긴 '독자시점주의-프롬유(From You)', 웹 기반 디지털 섬 아카이브 '섬, 하다', 현장 중심의 탐사보도 '바다는 쓰레기를 기억한다' 기획이다.

▲ 인천일보'독자시점주의-프롬유(From You)' 기획 갈무리.

'프롬유' 기획은 지역언론 최초로 편집권을 독자에게 넘긴 실험이다. '인천 10개 군·구 중 어디에 사시나요?', '연령대는',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등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 기사가 재조합돼 맞춤형 '나만의 뉴스'를 볼 수 있다. 기자의 시선이 아닌 독자가 보고 싶은 방식으로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한 설계다. 기사에서도 등장인물의 실제 목소리를 통해 독자의 시각에 맞추고자 했다. 가령 인천 남동구 섹션에서는 아파트 시세 격차를 다룰 때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해 기사에 녹이고, 인천 연수구 섹션에서는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는 40·50대 부부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며 출근길, 학원가 풍경 등의 생활을 담아 통계가 아닌 삶의 언어로 지역의 현실을 보여줬다.

아파트 시세 격차를 다루며 '동별 시세 순위 맞추기' 퀴즈를 넣거나, 단편소설 형식의 기사와 인구 그래픽을 결합해 데이터와 생활 서사가 함께 읽히도록 하는 등 복잡한 분석 대신 독자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프롬유를 통해 기사 조회수도 2배 이상 나왔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건 지역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기사가 공유됐다는 점”이라며 “독자가 더 이상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전환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 인천일보 '섬, 하다' 기획 갈무리.

'섬, 하다' 기획에선 흩어져 있던 인천의 섬 관련 보도를 모아 디지털 아카이브 형태로 재구성하고 독자가 직접 섬에 들어가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드론 영상으로 섬의 지형과 마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일러스트 지도와 섬별 아이콘으로 독자가 원하는 섬을 선택해 탐험하도록 했다. 현장에서 채록한 소리를 기사에 배치하기도 했다. “섬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걸어 다니는 기분”이라는 독자 반응이 나온 이유다. '바다는 쓰레기를 기억한다' 기획에서는 인천 섬 8곳을 동일한 기준으로 돌며 해안선 구간을 설정하고 쓰레기를 유형별로 분류해 기록했다. 어민·해경·지자체 인터뷰와 연도별 수거량, 예산 자료 등을 검증했고, 하와이 현장 취재를 통해 한국 쓰레기가 태평양을 건너간 정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지역신문 기자라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는 상황이다. 저희도 취재기자가 2명이었고 예산도 전혀 없었다”며 “하나하나 다 배우고 찾아가고 고민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디자인 툴, 영상 촬영, 인터렉티브 기사 작성 모두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려고 부딪힌 게 저의 역할이었다”며 “신문 기자는 기사만 쓰는 사람인가? 이제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신문 기자는 디지털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이끌고 가는 콘텐츠 제작자이자 실험자”라고 말했다.

편집기자도 독자에게 할 말이 있다

지면 뒤에 있던 편집기자들이 '편집기자도 독자에게 할 말이 있다'는 생각으로 지면 위로 올라온 사례도 있다. 편집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사 작성부터 편집까지 오롯이 본인의 지면을 만들어내는 강원도민일보 편집기자들의 이야기다.

▲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는 안영옥 강원도민일보 편집부장. 사진=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사무국 제공.

같은 날 발표에 나선 안영옥 강원도민일보 편집부장은 “저는 취재기자로 시작했다가 편집기자로 이동했다. 편집부 발령을 받았을 때 '편집기자가 기자야?'라는 생각에 사표를 냈었다”며 “선배들의 설득 끝에 다시 편집부에 복귀해 일하다보니 편집이 너무 흥미롭고 재밌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편집기자들은 일종의 자격지심이 있다. 취재기자들은 기사 말미에 바이라인(By Line, 기사 끝에 붙는 기자 이름)이 나가지만 편집기자들은 이름이 없다”며 “주연이 취재기자라면 편집기자는 조연 정도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강원도민일보 편집팀은 '직접 쓰고 직접 짠다'는 기치로 2022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편집기자가 운영하는 펀(FUN)집숍'을 운영했다. 필사, 낚시, 커피, 배구 등 편집기자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취미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써서 하나의 지면까지 직접 완성하는 형식이다. 2023년 6월부터 올해 초까지는 'KADO우체통'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KADO우체통은 취재기자들의 기사에서 다뤄진 내용을 기반으로 편집기자들이 칼럼을 쓰고, 이에 맞는 삽화, 그래픽 등을 넣어 지면 편집까지 완성하는 구조다. 안 부장은 “지면 뒤편에서 이름 없이 묵묵하게 활동하는 편집기자들이 지면 위로 올라와 본인의 이름을 내건 하나의 지면을 완성하는 대장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민일보 2022년 5월6일 '펀집숍' 지면 갈무리.

강원도민일보 편집팀은 시즌3격의 기획 '새로곧힘'을 준비하고 있다. 운동이나 취미 등 새롭게 시작하는 무엇인가를 편집기자들이 기사로 소개하고 지면 편집으로 풀어내는 기획이다. 안 부장은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세 가지가 달라졌다. 편집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이해심이 많아졌고, 취재기자들 마감 늦는 걸 조금 더 이해해준다”며 “취재기자들이 편집기자들을 바라봤을 때도 내부에서 그냥 내근하는 기자들이라는 시선이 있었다면, 저들도 기사를 쓰고 취재를 하고 편집도 하는구나 하고 달라진 시선이 있다. 또 지면 편집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처음에 '왜 해야돼?'라는 질문이 이젠 '왜 안돼?'라는 물음으로 바뀌었다”며 “'왜 취재, 편집이 동시에 안돼?'라는 물음에 이번 시즌으로 다시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통한 원주형 통합돌봄체계 방향 제시한 원주투데이

강원도 원주는 2026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돌봄이지만 제도권 돌봄을 받는 원주 노인 인구는 전체의 약 11%뿐이다. 제도권 돌봄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원주 노인 인구도 824명이었고, 그중 절반은 독거 노인, 30%는 의료급여 수급자였다. 지난해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으나 현장에선 '노인이 살던 곳에서 가능한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법의 취지가 실현되기에는 여전히 직면한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는 최다니엘 원주투데이 기자. 사진=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사무국 제공.

원주투데이는 '사회적 경제'에 주목해 원주형 통합돌봄 체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경제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서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체계가 형성되면 돈이 없어도 누구나 안정적인 돌봄을 가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같은 날 발표에 나선 최다니엘 원주투데이 기자는 “통합돌봄은 실수요자가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급자 위주로 되어있으면 돌봄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경제가 이 영역에 들어오면, 내 가족이나 이웃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통합돌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주에서는 사회적 경제에 초점을 맞춘 통합돌봄이 시도된 적 있다. 2002년 원주 의료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으로 출발한 '강원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은 불필요한 수술·시술을 지양하고 오직 환자의 건강에만 초점을 맞췄다. 2016년엔 방문 의료를 시작했고 2018년엔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건강 반장 제도를 도입하며 공동체의 신뢰를 얻었다. 2002년 자활센터 활동으로 시작한 '광진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는 현재 60개 사회적 경제 조직과 민간 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네트워크 소속 내과가 어르신의 건강을 검진하고, 결과에 따라 소속 도시락 업체가 도시락을 만들어 식단을 짜고, 소속 배송 업체는 어르신을 매일 보며 말벗이 되어주고 건강을 확인하는 등의 시스템이 수개월 반복되며 한 사람의 회복을 돕는 식이다.

최 기자는 일본 사례도 취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지자체가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었던 일본은 주민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병원을 구성하고, 병원을 통해 주민이주민을 돌보는 '의료생협'을 키워나갔다. 최 기자는 “2010년에는 생협들이 모여 연합회를 구성하고, 연합회는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사업을 강화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가와사키 의료복지생협에선 돈이 없어도 배제하지 않는 '무차별 돌봄', 단순 수발이 아니라 재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회복 중심 돌봄', 주민 스스로 돌봄 공동체를 운영하는 '주민 주도 돌봄'을 구현하고 있다.

최 기자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아동, 중장년까지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 의료뿐만 아니고 일상생활에서도 갖춰야 할 돌봄이 너무나 많다”며 “이를 모두 포괄해야 통합돌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돌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급자 위주의 구조다. 지금처럼 사업 하나 건네주고 영수증 받아오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통합돌봄이 구현되긴 어렵다”며 “지역언론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지역사회의 여러 사람들을 통합해 지역사회에서 내 가족과 이웃이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통합돌봄을 구현할 수 있게 함께 신경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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