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너지 차단으로 기후위기 막는다? 지구공학이 더 큰 재앙 불러

태양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막아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지구공학’이 예기치 않은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양에너지를 차단해 지구 온도를 낮추는 기술은 일시적 미봉책일 뿐 기후변화를 해결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왕립학회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줄이려는 인위적 개입은 효과가 일시적일 뿐 아니라 지구 곳곳에 예상치 못한 기후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구공학이란 인위적 개입을 통해 지구 기후를 변화시키려는 기술을 말한다. 탄소 배출량 감축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기술로, 주로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거나 기후변화 추세를 역전시키는 등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영국왕립학회가 지난달 펴낸 ‘태양 복사 관리 정책보고서’를 보면 태양에너지를 차단하는 내용의 지구공학 기술을 통해 지구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것 자체는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기술의 적용을 중단할 경우 멈춰있던 기후변화가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이렇게 되면 전 지구 지표면 평균기온이 수십년 사이 1~2도가량 급상승할 위험성이 있다. 전 세계가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이번 세기말까지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온도상승은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지구공학 기술이 과거 45억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5번의 대멸종에 비견할 만한 생물다양성 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는 셈이다. 또 태양에너지를 차단한다고 해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해양 산성화 역시 해결할 수 없다.
태양에너지를 차단하려는 지구공학 기술 가운데 실현 가능성과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두 유형은 이산화황을 이용하는 것과 해양 상층의 구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는 고고도 항공기를 이용해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뿌려 태양열 일부를 우주로 반사하는 것이다. 1991년 필리핀 루손섬의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뿜어져 나온 이산화황이 성층권을 뒤덮으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0.4~0.6도가량 줄어들었던 것과 동일한 원리다.
두 번째는 선박을 이용해 해수에서 나온 미세한 소금 입자를 분사함으로써 대기 하층 구름의 태양에너지 반사율을 높이는 것이다. 소금 입자들이 구름의 응결핵 역할을 하면서 구름 속 물방울의 수가 증가하면 반사율이 높아진다는 원리다.
또 연구진은 이 같은 태양에너지 차단기술이 지역별로 실행될 경우 다른 지역들에서는 태풍, 가뭄, 열대우림 소멸 등의 기후재난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구 남반구 대기 상층에 이산화황을 뿌리면 북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게 된다. 또 지구 북반구에 뿌리면 북아프리카 사헬 지역에 가뭄이 발생할 수 있고 열대 지역에 뿌릴 경우 지중해에 가뭄이 발생하게 된다.
동남대서양에서 해양 구름의 반사율을 올려 태양에너지를 막으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동태평양에서 같은 기술을 실행하면 거대한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내려가면서 세계 전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같은 지구공학이 아직까지는 <매트릭스>나 <설국열차> 같은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같은 이들은 지구 상공에 햇빛을 반사시키는 태양 복사 관리 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3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대규모 인공위성 집단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 양을 미세하게 조절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과학자, 환경단체 등은 지구공학을 핑계로 근본 대책인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을 회피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구공학이 화석연료 연소라는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보완 방법일 뿐 대체 방법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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