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전에 죽는 ‘이 희귀병’...100세 노인 유전자로 수명 연장 가능성

정은지 2025. 11.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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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틀대·이탈리아 연구팀, 프로제리아 환아 모델에 장수 유전자 이식… 심장노화 억제 및 세포손상 회복 효과 확인
평균 수명이 10대에 그치는 '조기 노화증(프로제리아·Progeria)' 환아들에게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유전자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균 수명이 10대에 그치는 '조기 노화증(프로제리아·Progeria)' 환아의 수명을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유전자로 연장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틀대와 이탈리아 IRCCS 멀티메디카 연구진은 장수 노인에게서 발견된 LAV-BPIFB4 유전자가 프로제리아 모델의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고 노화성 손상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프로제리아의 정식 명칭은 허친슨-길포드 프로제리아 증후군(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 HGPS)으로, LMNA 유전자 변이로 인해 생성되는 비정상 단백질 '프로제린(progerin)'이 핵막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세포 기능을 손상시키는 희귀 질환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생후 수년 만에 심혈관계 노화 증상을 보이며, 평균적으로 14세 전후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과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등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초고령자의 유전자 중 노화 저항성으로 알려진 LAV-BPIFB4에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이전 연구에서 혈관 내피 기능과 심장 조직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연구진은 프로제리아 유전자를 가진 생쥐에 LAV-BPIFB4 유전자를 한 차례 주입한 결과, 심장 이완기 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심장 섬유화와 노화된 세포의 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새로운 미세혈관이 형성됐고, 심장 조직의 구조적 회복도 가속화됐다.

인간 프로제리아 환자의 세포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재현됐다. LAV-BPIFB4 유전자를 도입한 세포는 프로제린 농도 자체를 줄이지 않고도 노화 지표와 섬유화를 감소시켰다. 즉, 이 유전자는 결함 단백질을 제거하는 대신, 세포가 스스로 독성 스트레스를 견디는 회복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스틀 심장연구소의 얀 추 박사는 "이번 연구는 초고령자의 장수 유전자가 프로제리아로 인한 심장 기능 저하를 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이는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는 기존 접근법과 달리, 건강한 노화의 생물학적 원리를 치료에 적용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IRCCS 멀티메디카의 애니발레 푸카 교수는 "LAV-BPIFB4 유전자가 프로제리아로 인한 심혈관 손상을 역전시킨 것은 유전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단백질 또는 RNA 기반의 전달 방식으로 발전되면 심혈관계 및 면역계 노화를 늦추는 신개념 항노화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프로제리아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물은 로나파르닙(lonafarnib)뿐이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장수 유전자의 생물학적 특성을 활용한 '자연 기반 유전자 치료'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이 접근법이 향후 일반적인 노화성 심장질환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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