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통합돌봄, ‘보편 복지’ 큰 틀 속 개인별 ‘맞춤형 연계’ 주효

박성원 선임기자 2025. 11. 3. 14:3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주다움 통합돌봄’ 성공 비결
“신청하지 않아도 찾아간다” 핵심
시·구 협력 ‘민관 네트워크’ 구축
고독사·자살 예방적 기능도 수행 
지역 공동체 함께 만든 협치모델
광주광역시의 대표 복지정책인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지난 8월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한국정책대상 시상식에서 1등상인 정책대상을 수상했다. 광주광역시 제공

'신청하지 않아도 찾아가는 돌봄 정책.'

광주광역시의 대표 복지정책인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노인·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에 국한됐던 기존 복지의 틀을 넘어, 시민 누구나 돌봄이 필요할 때 행정이 먼저 찾아가 돕는 보편적 공공돌봄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광주는 복지를 '신청하는 권리'가 아닌 '보장받는 권리'로 규정했다. 누가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 받을 수 있는 '신청주의'의 벽을 허물고,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 중심에 '시민의 행복이 행정의 목적'이라는 광주정신이 있었다.

통합돌봄 서비스는 2023년부터 시 전역 95개 동에서 시행돼 불과 2년 만에 3만6000여 명의 시민이 식사·가사·주거편의·방문치료 등의 돌봄서비스를 이용했다.

광주 통합돌봄의 성공은 현장 중심 행정, 민관 협력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이러한 점에서 이 모델은 지역 복지의 새 방향을 제시하며, 한국형 통합돌봄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의 재탄생, 지금 왜 어떻게'를 주제로 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광주다움 통합돌봄'에 대해 설명하고 돌봄국가책임제 방향성을 제시했다. 광주광역시 제공

민·관 협력 '돌봄 인프라' 구축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시책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 그리고 1500여 명의 민·관 인력이 참여하는 도시 차원의 대규모 돌봄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제도 설계와 정보시스템을 총괄하고, 각 자치구는 실제 돌봄 서비스를 운영한다. 기존 정부 돌봄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13종의 새로운 서비스를 신설했다. 가사지원, 방문목욕, 병원동행, 식사배달, 간호사 방문간호, 대청소, 방역·방충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지역별 특성에 맞춘 '공동체돌봄 거점공간'도 마련됐다. 돌봄이 단순히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이웃과 지역이 함께 관계를 회복하는 공동체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시와 자치구 간 행정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지역공동체가 함께 돌보는 '광주형 협치모델'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사회적 파급 효과도 크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해 고립되는 시민, 돌봄 공백 속에서 고독사나 자살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기 위한 예방적 복지모델로 기능하고 있어서다.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는 식사·청소·건강관리를 통한 일상 회복 지원, 병원 퇴원 후 돌봄이 필요한 시민에게는 방문간호·AI안부전화로 연속 돌봄을 제공한다. 가족이 몰랐던 치매·위기징후 조기 발견 등 조기개입 효과도 기대된다.

5개 자치구가 각각 추진 중인 '돌봄활동'을 살펴보면 △동구는 고립·고독 중장년 1인 가구 '공동체 돌봄' △서구는 보건소 통합건강센터 연계 공공의료 돌봄모델 구축 △남구는 사회적 고립·거부 가구 지원 △북구는 민관 협력 '돌봄 특화마을' △광산구는 의료와 주거가 결합된 '케이(K)-광산 돌봄동행' 등이 있다.

"시민 일상에 행정을 맞춘 사례"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전국 복지정책의 롤모델로 부상한 데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강조한 현장 중심 행정과 보편복지 철학이 있었다.

광주의 돌봄정책은 제도 보다 '현장'을 우선했다. 강 시장은 취임 직후 "정책은 책상 위에서가 아니라 시민 곁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돌봄 공무원 380여 명을 동 행정복지센터에 배치했다.

기존 복지의 한계를 뛰어넘는 '보편적 접근'이라는 철학도 주효했다. 기존 제도가 '신청주의'와 '선별주의'에 머물렀다면, 광주는 소득·연령·질병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이 정책의 또 다른 축은 '맞춤형 연계'다. 광주는 복지·보건·의료·돌봄·주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동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시민 1인당 개별 돌봄계획을 세운다. 공무원, 사회복지사, 간호사, 민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행정의 단절을 없애고, 서비스가 실제로 연결되도록 했다.

이 같은 구조는 복지정책의 철학적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의 복지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행정'이었다면, 광주는 '모든 시민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시'를 목표로 한다.

이 접근은 행정의 효율성보다 시민의 존엄과 일상의 연속성을 우선한 결과이며, 그 속에서 '광주다움'이란 가치가 구체화됐다.

전문가들은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보편 복지라는 큰 틀 속에서도 시민 개개인의 상황을 세밀하게 반영한 '맞춤형 연계'가 돋보인다"며 "기존 제도가 행정의 편의에 맞춰 설계됐다면, 광주는 시민의 일상에 행정을 맞춘 사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