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영화⑧ 곡성-끝없이 번식하는 ‘의미의 미로’ [평론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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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과 예술성을 완벽히 조화시킨 영화 '곡성'은 개봉 초기 '난해하고 모호하다'는 평을 들으며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를 본 680만 명의 관객은 수많은 해석이 뒤엉킨 거대한 게임판에 초대되었다.
영화 '추격자'의 흥행 성공과 '황해'의 작가적 성취 이후 거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나홍진은 또 하나의 역작 '곡성'을 선보였다.
영화 '곡성'은 오컬트와 좀비 장르가 주류 안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선구적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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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격자', '황해' 그리고 '곡성'
상업성과 예술성을 완벽히 조화시킨 영화 '곡성'은 개봉 초기 ‘난해하고 모호하다’는 평을 들으며 흥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를 본 680만 명의 관객은 수많은 해석이 뒤엉킨 거대한 게임판에 초대되었다.
의미가 넘쳐흐를수록 매력도 깊어지는 영화였다.
영화 '추격자'의 흥행 성공과 '황해'의 작가적 성취 이후 거대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나홍진은 또 하나의 역작 '곡성'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세계에 먼저 소개되었고, 이를 계기로 그는 국내외에서 작가주의 감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 관객을 유혹한 '장르의 변주곡'
일본인(쿠니무라 준 분)이 마을에 나타난 뒤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은 모든 불행의 원인을 외지인에게 돌리며 집단적 공포에 휩싸인다.
경찰 종구(곽도원 분)는 딸이 같은 증상으로 고통받자, 외지인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 결국 무당 일광(황정민 분)을 불러들인다.
한편, 귀신처럼 마을을 배회하는 무명(천우희 분)은 외지인과 대치하며 일광의 굿을 방해하고, 일광과 일본인이 한패라고 종구에게 경고하지만 외면당한다.
영화는 형사 스릴러로 출발해 오컬트로 변주되며, 마지막엔 B급 좀비물의 질감으로 진화한다.
영화 '곡성'은 오컬트와 좀비 장르가 주류 안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선구적 사례였다.
영화 '부산행'과 '파묘'의 성공 이전, 이미 이 작품이 그 모험의 길을 닦았다.

■ 상징·은유에 담은 나홍진 표 '영화 문법'
영화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이어지는 나홍진 월드에는 일관된 주제가 흐른다.
악은 언제나 외부에서 찾아오고, 인물은 그 표적이 되어 파멸에 이른다.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감독이 가족의 죽음을 계기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언급처럼,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 애비 때문이야.”라는 무명의 대사는 종구의 과거 폭력과 무심한 업보를 암시한다.
믿을 것인가, 의심할 것 인가만이 남은 현실 속에서 불행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의 절박한 질주는 일종의 숭고함을 불러일으킨다.
정교한 교차편집은 영화의 가장 큰 미학적 무기다.
악당의 정체를 관객에게만 먼저 보여주고, 주인공은 모른 채 위험한 선택을 하게 만드는 구성은 나홍진 영화의 상징적 특징이다.

■ 그리고, '곡성'이 남긴 것들
외지인 남성과 토속 수호신 여성의 대결이라는 단순한 구도 속에 복잡한 상징이 겹겹이 배치되어, 영화는 끝없는 해석의 장을 연다.
샤머니즘의 외피 아래 기독교적 레퍼런스가 빽빽이 스며 있으며, 영화는 묻는다.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가?’, ‘선과 악은 구분 가능한가?’, ‘신도 나약할 수 있는가?’, ‘불신은 비극을 부르는가?’
좌충우돌하는 전개와 난해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팬들은 영화를 해부하듯 분석하며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아 나선다.
관객은 영화가 던진 미끼를 물고 스스로 해석의 미로로 걸어 들어간다.
일본인의 존재는 과거의 침략과 학살로 남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환기한다.
비극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딸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가 마주한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끝내 딸이 살아남는 결말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불행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의 불씨를 남긴다.
● 영화 '곡성' 이야기

하나,
‘곡성'(哭聲)은 감독의 할머니 고향 이름이자, 울부짖는 소리를 뜻하는 한자어로, 공간과 감정이 결합된 영화적 장치다.
둘,
무당 일광은 영화 시작 76분 만에 등장해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시킨다. 황정민의 ‘신들린’ 연기는 배우의 자율적 즉흥에서 비롯됐다.
셋,
감독은 네팔까지 가서 무속 의례를 조사하고, 일본인 캐릭터의 동굴 속 굿 장면을 그 경험에서 구상했다.
글 : 영화평론가 정민아
https://news.kbs.co.kr/special/films2025/main.htm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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