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장 파우더룸 드라이어와 '동조효과'

김인오 기자 2025. 11. 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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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아마도 가장 골프를 하고 싶어 하는 계절은 바로 10월 골프일 것이다.

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기분 좋은 라운드를 끝내고 샤워를 위해 파우더룸에 들어갔을 때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상황은 이랬다. 한 분은 드라이어로 온몸을 말리고 있었나보다. 그걸 본 다른 고객께서 그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 발단이 돼 언성을 높이게 됐고 큰 싸움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필자 역시 파우더룸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장면이 바로 드라이어의 오남용이다. 해도 너무하는 것이 머리 말리라고 비치해 놓은 드라이어로 머리 외의 다른 곳들을 그것도 어찌나 꼼꼼하게 말리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 화가 날 지경이다.

더 뻔뻔한 것은 거울 쪽 반대로 돌아서서 쩍 벌 상태로 함께 온 지인과 큰 소리로 떠들며 말리는 퍼포먼스까지 연출하면서 말이다. 자기 몸은 그리 소중하고 바로 뒤에 사용할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것인가. 공동 사용 공간 존중에 대한 결여이자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식 부족 탓이다.

'동조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우리가 길을 가다가 한 명이 하늘을 쳐다보면 아무 일도 안 생긴다. 두 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 명이 하늘을 쳐다보면 수십 명이 몰려들어 함께 하늘을 보게 된다. 이것이 동조효과이다. 다른 말로 '극대점 원리'로 치환할 수 있다. 나쁜 것을 같은 공간에서 더 빠르게 배우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개선 시키기 위해서는 작은 변화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린 언제부터인가 오불관언(吾不關焉)에 빠져있다. 중국의 보편적 정서가 바로 오불관언인데 '나는 내일 외에 다른 일에 상관하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어쩌다가 대한민국 골프장의 파우더룸 풍경이 모두가 쭈그리고 앉아서 그 민망한 자세로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동조효과'를 보이고 있는지 개탄스럽다.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남들이 하니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저 '극대점 원리'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 드라이어로 머리 외의 다른 곳은 제발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반자라면 잘못된 것에 대한 지적 정도는 해줘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제발 자신이 사용한 수건으로 머리와 몸을 닦고 나서 발가락까지 닦고 심지어 수건에 침까지 뱉고 구두까지 닦는 행위는 삼가길 바란다. 요즘 누가 그러느냐는 반문이 있겠으나 라커 근무자분들께 확인해 보면 의외로 많은 이용자가 그런다는 말이 놀랍다.

또 하나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파우더룸에 들어갈 때 자신이 사용한 슬리퍼는 제발 나갈 때 신는 방향으로 가지런히 해놓고 들어가기를 바란다. 여기저기 휙휙 던져놓고 들어가서 나올 때는 직원들이 가지런히 그것도 돌려놓은 신발만을 골라서 신고 나온다. 일본인들은 어릴 적부터 생활화되어 식당을 가도 항상 신발을 정면으로 돌려놓고 들어간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1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도덕성 지수는 솔직히 중하위권이다. 경제대국 수준만큼 도덕성 지수도 올라가기를 바란다. 특히 골프장에서의 공중 도덕성은 사실 더 높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는 민폐 중에서 '스메하라(スメハラ)'라는 말을 가장 중시한다. 냄새(smell)를 의미한다. 남에게 불쾌한 냄새로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이들은 공중도덕 공간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건에 대해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아니 나부터라도 골프장에 가면 드라이어로 머리 외의 다른 곳은 말리지 말자. 그렇게도 말리고 싶으면 집에서 개인 드라이어를 사용하고 그래도 못하겠으면 소형 드라이어를 가지고 다니기를 부탁드린다. 제발.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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