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꼬물 날갯짓에 담긴 행복한 설렘…‘탐조’의 세계로
새 관찰·기록 ‘팜팜 버드 클럽’
도심서 배우는 탐조 방법·재미
직박구리·물까치 대표적 텃새
작은 몸짓 포착하는 즐거움
모르는 새, 앱 ‘멀린’으로 검색
울음소리 들으면 노래 같아
탐조일지 기록하며 ‘물아일체’

가을볕 내린 팥배나무에 새가 포르르 날아든다. “꼬리가 깁니다.” “어머, 볼에 홍조를 띠네요.” 쌍안경을 든 사람들이 재잘댄다. 마이크를 들고 새소리를 채집하기도 한다. 이들은 탐조(探鳥) 중이다.

“한번쯤 들어봤을 걸요? 직박구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평생 사는 텃새로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죠.”
서울 중구 장충단공원. 숲해설가이자 새 관련 독립 출판물을 펴내는 배현정 작가가 직박구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새를 관찰·기록하고자 모인 ‘팜팜 버드 클럽’ 참가자 5명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 모임은 배 작가와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이 함께 기획했다. 최근 탐조에 관심 갖는 젊은층이 늘면서 새를 보는 방법과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배 작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젊은이들이 야외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아 나섰다”며 “특히 집 근처 공원에서 가볍게 새를 보는 ‘도심 탐조’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풍요로운 가을엔 새를 보기도 쉽다. 산사나무·누리장나무·측백나무 같은 조경수에 탐스러운 열매가 맺히면 새가 찾아오기 때문. 특히 직박구리나 물까치가 단골 손님이다. 무성하던 잎이 떨어져 시야가 트이는 것도 한몫한다. 아무리 작은 새라도 앙상한 가지에 앉으면 눈에 잘 띈다. 배 작가는 “공기도 깨끗해 움직임이 한층 또렷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쌍안경을 나눠드릴게요. 나뭇잎 사이에 숨은 새를 찾기 좋고 깃털 무늬도 자세히 보인답니다.”
쌍안경은 멀리 있는 물체를 눈앞에서 보듯 확대하는 도구로, 보통 8∼10배율을 사용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먼저 두 눈을 렌즈에 대면 시야에 원 두개가 보인다. 이때 원이 하나로 합쳐지도록 쌍안경을 오므린다. 그다음 초점조절기를 돌려 상을 선명하게 맞추면 끝이다. 배 작가는 “시력이 손상될 수 있으니 태양같이 밝은 빛은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준비물도 챙겼으니 자연 속을 탐험할 차례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공원은 활기차다.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짝지어 걷고, 단체로 체조하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사람 많은 이곳에 새가 살긴 할까. 의심 들던 차에 한 참가자가 “참새인가?” 물으며 쌍안경을 들었다. 회색빛 나는 작은 몸에 검은 두건과 긴 넥타이를 맨 듯하다. 이 정중한 새는 바로 박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임소정씨(31)는 “살면서 처음 봤다”며 “등 위쪽에 연둣빛이 돌아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실개천을 따라 걷자 이번엔 꼬리를 보르르 떠는 수컷 딱새가 보인다. 참새보다 약간 작고, 홍시처럼 짙고 통통한 주황빛 배가 매력적이다. 날이 추워지면 털을 부풀리는데 그 모습이 탁구공을 닮아 ‘딱구공’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관찰한 지 10분 만에 두 종류를 발견하자 다들 신이 나 연신 사진을 찍었다. 배 작가는 “박새·딱새 같은 텃새는 산림은 물론 도심 속 나무에도 산다”며 “한번 눈에 익으면 어디서든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웃었다.
“이름을 알고 나니 더 친근하죠? 새를 구분할 때 도움 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답니다.”
배 작가가 미국 코넬대학교 조류연구소에서 개발한 앱 ‘멀린(Merlin)’을 소개했다. 사진을 올리자 종을 판별하고 특징을 알려준다. 배 작가는 “대개 도감을 참고하지만 우연히 새를 봤을 땐 앱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소리 채집에도 도전한다. 헤드폰을 연결한 소형 녹음기를 들고 무심코 지나친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경기 화성에서 온 성주영씨(25)는 “새소리를 크게 들으니 음의 높낮이가 노래 같다”며 놀라워했다.

공원 한바퀴를 돈 뒤엔 탐조 일지를 쓴다. 참가자들은 문화재단 내부 공간 ‘아트랩 워크숍’에 모여 수집한 깃털·열매를 펼쳐놓았다. 붉은 주목 열매를 공책에 붙이고, 기억을 더듬으며 소리를 점으로 표현해본다. 첫 탐조를 마친 임씨가 수줍게 일지를 들어 보였다. 그는 “신기하게도 ‘좋다’고 생각한 장소마다 새가 찾아왔다”며 “자연과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고 웃었다. 성씨도 “깃털을 다듬는 모습을 넋 놓고 봤다”며 “작은 몸으로 삶을 충실히 사는 모습에 왠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지를 모아 기념사진을 찍는데 모습이 제각각이다. 배 작가는 “같이 걸어도 다른 장면을 기억한다”며 “어쩌면 탐조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과정 같다”고 덧붙였다.
“쌍안경에 담긴 동그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익숙한 공원이 새롭게 보이고, 평범한 일상도 근사하게 바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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