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모인 전장연 “지금 필요한 건 아펙이 아니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에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을 외쳤다.
전장연 활동가 30여명은 1일 오후 경주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지금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아펙이 아니라 에스에이디디(SADD)”라고 주장했다. 에스에이디디는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 이동권(Accessibility),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의 약자로, 장애인도 한 시민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활동가들은 이날 서울, 대구, 부산, 울산 등에서 고속철도와 버스 등 저마다 교통수단을 이용해 경주역에 모였다. 이들은 경주로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 기본권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라는 게 누구를 위한 협력과 연대인 거냐”라며 “장애인도 노동하고 싶고 함께 교육받고, 감옥 같은 집단시설이 아니라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활동가는 “우리 정부가 연간 200억달러(상한액)를 미국에 투자한다고 하는데, 일부 지자체는 장애인 평생교육 예산이 삭감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경제협력 투자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협력에 장애 시민들의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전장연 쪽은 “최근 아펙이 포용적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내세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비장애중심주의에 갇혀 있다”며 “노동능력을 전제로 한 장애인의 참여만 허용하는 제한적 포용은 또다른 형태의 차별”이라고 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장애인 일자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복지형 일자리를 주 14시간 근무 형태로 만들어 중증장애인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조차 누리지 못하도록 구조적인 차별을 이어가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 후 저상 시내버스 등을 타고 옛 경주역으로 이동한 뒤 아펙·트럼프 반대 집회에 합류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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