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갖고 있다고 불법 구금 뒤 징역 3년…42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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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생 시절, 칼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구금됐던 70대 남성에게 4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28일 정진태(72)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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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학생 시절, 칼 마르크스가 쓴 ’자본론’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구금됐던 70대 남성에게 4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28일 정진태(72)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에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가입해 활동한 스터디 클럽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 설립했다고 보기 어렵고, (자본론이) 이적표현물이라거나,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거나 반국가의 목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정씨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 구금 및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도 짚었다. 김 판사는 “피고인 검거 당시 거주지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영장 없이 불법 연행됐고, 구속영장 발부 때까지 한달 동안 영장 없이 수사가 진행됐다”며 “압수물과 압수조서도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것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피고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등으로 서적을 소지하고 탐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생이었던 정씨는 1983년 2월15일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체포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23일간 불법 구금 상태에서 ‘북한을 찬양하고 동경했다’는 허위 자백을 강요 받았다. 정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한 ‘자본론’은 자본주의의 멸망과 사회주의의 도래를 기술하고 있다며 이적표현물로 분류됐지만 2000년대 들어 ‘금서’ 딱지를 뗐다. 법원은 지난 2월 이 사건 재심을 결정했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지난 4월 정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피해 인정) 결정을 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정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정씨는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직장도 제대로 못 잡고 어려운 생활을 했는데 40년 동안 짓눌려 온 ‘범죄자’라는 굴레를 벗게 돼 다행이다. 이제야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으로 고생한 분이 많은데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경우 아직 제대로 재심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분들에게도 소명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의 법률 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재심 개시 전엔 검찰이 재심 기각을 요청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법원도 당시 수사한 경찰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정씨가 지난해 8월 재심 청구를 한 뒤 검찰이 같은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재심 기각을 요청하고, (피고인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당시 수사 경찰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며 “법원이 결국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가 폭력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이 검찰의 이런 증인 신청을 받아주는 재판 절차가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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