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자본론' 소지로 옥살이 재심서 무죄… "범죄자 굴레 벗어 다행"

권정현 2025. 10. 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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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살았던 70대 남성이 재심에서 억울함을 풀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28일 정진태(72)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83년 2월 서울대 학생이던 정씨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독서실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정씨는 같은 해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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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40년 만에 '무죄'
法 "체포·압수수색, 영장주의 원칙 위반"
선고 후 "이제야 대한민국 국민 된 기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전경. 뉴스1

40여 년 전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살았던 70대 남성이 재심에서 억울함을 풀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단독 김길호 판사는 28일 정진태(72)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도 지난달 25일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1983년 2월 서울대 학생이던 정씨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독서실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23일간 불법 구금된 채 조사받았고, 이 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와 강압 수사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 정씨는 같은 해 6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2년 3개월을 복역하다 1985년 5월 가석방됐다.

정씨는 지난해 8월 재심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지난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구금, 위험한 압수수색을 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했으므로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은 1983년 2월 사법경찰관에게 영장 없이 연행된 뒤 장기간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았다"며 "약 한 달간 불법 구금이 지속됐고, 이 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서와 조서는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압수수색 역시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채 이뤄져 압수물과 압수조서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씨의 서적 소지 자체도 이적활동 목적이 아닌 학문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본론을 비롯한 카를 마르크스의 서적은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출판되고 연구되는 자료"라며 "북한 활동에 동조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상과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상 권리이며, 피고인은 군사주의에 억압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때문에 서적을 소지하고 탐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선고 직후 "범죄자라는 굴레를 40년 만에 벗게 돼 정말 다행이다"라며 "이제야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으로 고생했지만 아직도 재심을 받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씨의 변호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여기까지 오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국가 폭력으로 인한 구금 피해가 인정된 만큼 형사보상 절차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역시 "정씨가 불법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진술을 강요당했다"며 '진실규명(피해 인정)' 결정을 내렸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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