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빛나는 가을

이혜연 충북교육연구정보원 총무팀장 2025. 10. 2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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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요즘 추워진 날씨에 깜짝 놀랄 지경이다. 비 오는 날이 계속되다 푸른 하늘과 맑은 가을 날씨를 느끼기도 전에 갑자기 추워져 가을이 사라진 같아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벌써 잎이 떨어져 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며 올겨울 추위를 예고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단풍이 곱게 들어가는 나무에서, 국화꽃 피어나고, 나날이 향기가 진해지는 노란색 모과에서,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려 단풍보다 곱게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감에서도 가을을 느낀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다 보니 물에 잠긴 연잎 위로 새끼 물고기가 이리저리 꼬물거린다. 마치 아침에 따뜻한 이불에서 일어나기 아쉬워 '5분만', '10분만'을 외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아이 같기도 하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주지 않아 마트 바닥에 누워 떼를 쓰는 아이 같기도 해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났다.

초록색 연잎 위에서 꼬물거리는 새끼 물고기가 일으키는 파장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또, 나무에서 재잘재잘 지저귀며 이리저리 떼를 지어 포로로 날아다니는 참새들을 보면 무슨 얘기를 저렇게 재미있게 하는지 궁금하다.

점심을 먹고 산책 나온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현수막 밑으로 아이들의 다리가 다 보이는데도 "다 숨었다"며 이제 찾으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서로 어떤 놀이를 할지 정하는 것을 보니 참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출근길에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나무마다 단풍이 드는 속도가 다르다. 노랗게 물들어 가을을 먼저 맞이한 나무도 있고, 초록색으로 여름을 보내지 않은 나무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햇볕이 잘 드는 나무가 단풍이 곱게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도 햇볕을 쬐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보며 새삼스럽게 햇볕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겨울이 오기 전 햇볕을 쬐며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도닥인다.

독창적인 뮤직비디오와 도입부가 경쾌하고 매력적인 'Take on Me',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으며 쉬면서 생각할 수 있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들으며 일상에 감사하게 된다. 곁에 있는 가족과 고민을 함께하는 친구에게 감사하고, 음식을 만드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점심에 감사하고, 점심식사 후의 따뜻한 차 한 잔에도 감사하게 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운동을 하며 살이 더 찌지 않도록 몸을 움직인다. 몇 년간 계속 다닌 커브스에서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고, 인사하며 안부를 묻고 일상을 이야기하다 보면 특별하지 않아도, 매일매일이 새롭고 기대된다.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산책할 때다. 적당한 포만감,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단풍, 나무에서 익어가는 열매까지도 가을의 풍성함이 느껴진다.

며칠 전 다녀온 천리포수목원에서 2억년 전 쥐라기 시대부터 생존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울레미 소나무를 묘목으로 옮겨 심은 후 처음으로 열매를 맺었다는 설명에 한참을 찾다가 함께 간 사람들의 도움으로 조그맣게 매달린 열매를 보게 되었다. 솔방울과는 다르게 생긴 희귀한 열매를 보게 되어 감사한 마음과 이미 사라진 공룡들이 보던 소나무를 지금도 볼 수 있다는 신기한 마음과 격변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가 보존하고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가을의 따뜻한 햇볕도, 곱게 물든 단풍나무와 은행나무도, 울레미 소나무와 향기 좋은 국화꽃도, 나무에 매달려 익어가는 주황색 감도. 모든 것은 그들만의 찬란한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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