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 육아' 뭐가 어렵다고 난리…"내가 혼자 해볼게!" [40육휴]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외벌이 가정에서도 독박 육아라는 표현이 맞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질 때가 있다. 보통은 돈을 벌어오는 배우자와 육아·가사를 전담하는 배우자의 역할이 나뉘는데 굳이 육아에만 '독박' 딱지를 붙인다는 이유에서다. 전업 주부들이 독박 육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독박 출근은 왜 외면하느냐"는 날 선 반응도 나온다.

원래 밥하기 귀찮을 땐 배달 음식도 자주 시켜 먹었는데 어린아이에겐 그럴 수가 없다. 문제는 요리할 때마다 달라붙어서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것. 펼치는 형태의 주방 펜스까지 설치해봤지만 이젠 그걸 뚫고 들어온다. 청소나 설거지할 때도 달라붙는 건 마찬가지다. 장난감 주고 떨어뜨려 놓아도 꼭 기를 쓰고 부모한테 붙어서 놀려고 한다.

우선 아침의 시작이 몹시 피곤하다. 아이가 시간 정해놓고 눈을 뜨는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아이가 일어나면 아침을 먹이고 씻긴다.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맞춰 옷을 입히고 준비물을 챙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는 협조적이지 않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과정에서 호통과 호소가 수십번씩 번갈아 나온다.
아이를 등원시킨 뒤 난장판이 된 집안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아이가 잠들면 설거지를 자제하기에 전날 쓴 그릇과 식기까지 싱크대에 쌓여있다. 설거짓거리 늘리기 싫어서 내 식사는 간단한 '아점'(아침 겸 점심)으로 대충 때운다. 세탁기 돌려놓고 청소기 돌린 뒤 잠깐 쉰다. 그사이 세탁기 종료음이 들리면 곧바로 건조에 들어간다. 건조대에 걸렸던 전날 빨랫감들은 대충 개켜 아이 옷장에 쑤셔 넣는다. 자잘한 집안일 몇 가지를 추가하면 시간이 '삭제'되는 느낌이다.
한 것도 별로 없는 듯한데 혼자만의 시간이 끝나간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직 집안일이 덜 끝나 있으면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시험철에 벼락치기 하던 기분으로 일을 서두르고 아이를 데려온다. 이후 우유 먹이고 놀아주고 저녁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아이가 잘 때까지 육아가 이어진다. 아이가 먹다 남긴 밥과 반찬을 재빨리 욱여넣는 게 아빠의 저녁밥이다. 아이가 잠든 뒤에는 다음날 입고 갈 옷을 미리 준비하고 알림장을 확인한다.

가장 큰 난관은 혼자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여기서 오는 막막함이다. 그전에는 내가 잠시 아이를 못 봐도 배우자가 봐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혼자 아이를 보면 온갖 돌발 상황에 대한 걱정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해열제 광고에서 "애기들 열은 왜 갑자기 찾아올까" 멘트가 나오는데 그렇게 겁날 수가 없었다.

평소에 아내와 육아 분담을 철저히 하는 편이다. 서로가 개인적인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가질 수 있게 보장해준다. 그동안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던 이런 것들이 사실은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애 키우는 부모가 잠시나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진다는 건 누군가의 분담과 배려,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나중에 복직해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 또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배려하는 걸 '마음의 빚'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족들에게 빚을 지기도 하고, 지우게 하기도 한다. 갚지 못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누군가 내 애를 봐준다는 것은 실로 갚지 못할 빚이다. 비록 가족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채무 관계로 얽히고설키다 보니 "애 키우면 가족이 끈끈해진다"는 말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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