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이 극우 옹호·민주주의 위협”

조일준 기자 2025. 10. 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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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7개 학회, 25일 전국역사학대회
사이비·뉴라이트역사학 위험성 경고
‘사이비역사학 및 뉴라이트역사학 비판’ 학술회의 포스터. 전국역사학대회 제공

사이비역사학과 뉴라이트역사학의 실태와 위험성을 경고하고 학계와 시민사회의 올바른 대응을 모색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고대사학회, 역사문제연구소 등 7개 역사학 분야 학회는 25일 오후 12시30분 서울대 인문대학 7동 106호에서 제68회 전국역사학대회의 하나로 ‘사이비역사학 및 뉴라이트역사학 비판’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특별패널)를 연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사이비역사학 관련 2개 주제와 뉴라이트역사학 관련 2개 주제 등 총 4개의 주제 발표에 이어 공동성명서도 발표한다.

안정준 서울시립대 교수는 ‘극우 기반의 사이비 역사, 어떻게 ‘진보’로 둔갑했나?’라는 주제 발표에서 일제의 식민사관이 국내 일부 사학자들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답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사이비역사학 관련 단체들이 한국의 역사학계를 식민주의·뉴라이트라고 비난하지만, 실상은 일본 학계가 20세기 전반에 만들어낸 한국사의 ‘타율성론’과 ‘지리적 결정론’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이비역사학이 과거에는 독재정권을 비호하는 국수주의 이념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윤석열 내란 이후에는 “기존의 배타적・국수주의적 기조는 유지한 가운데 외형만 ‘진보’로 둔갑시키는 기만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사이비역사학의 비학문적 활동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은 우리 사회의 공적 담론을 오염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천수 경북대 교수는 ‘한일의 사이비역사학과 임나일본부론 및 일본열도분국론’에서, 최근 일본의 사이비역사학계 일부가 이른바 ‘임나일본부론’을 재연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는 또 한국의 사이비역사학 일부에서 북한의 일본열도분국론을 맹종하지만 이는 학문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못 박는다. 일본열도분국론은 고대 한반도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이주해 나라를 만들었다는 학설로, 1963년 북한 역사학자 김석형이 임나일본부설에 맞서 제기한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일본열도분국론은 임나일본부론 비판의 대안일 수 없으며, 오히려 임나일본부론 극복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 역사학계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지원 대림대 명예교수는 ‘뉴라이트 역사교육 비판: 리박스쿨의 실태와 문제점’을 발표한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성을 딴 리박스쿨의 역사 교육이 역사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파시즘과 극우적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리박스쿨은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 동원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목적, 이승만·박정희는 국가 위기의 구원 영웅, 여순사건은 반란, 5·18민주화운동은 공산 폭동,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암 치료 등 심각한 왜곡을 퍼뜨린다. 이 교수는 뉴라이트가 소수자와 특정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경계한다. 그는 한국 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리박스쿨과 같은 역사 교육을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일영 서강대 교수는 ‘역사의 정치 도구화를 우려한다: 건국절, 국적 논쟁 비판’을 발표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건국절 논란이 반복되고 최근엔 일제강점기 한인의 국적이 논란으로 부상하였는데, 이는 뉴라이트가 역사를 정치 도구화한 결과였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다른 역사관을 주입하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정치적 입장이 없는 역사 서술, 역사관은 존재할 수 없고 불가능하며 일종의 기만이자 비겁”이라면서도 “달리는 기차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보겠다고 역사를 땔감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역사를 도구로 쓰는 순간, 뉴라이트와 다를 바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참가 학회들은 ‘역사의 정치도구화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도 채택할 예정이다. 성명은 “사이비역사학은 (한국의) 역사학계가 일제 식민사관을 추종한다며 마치 자신들만 식민사학을 극복한 것처럼 선전하지만, 역사학계는 해방 이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일제 식민사학을 극복했다”며 “오히려 사이비역사학이 일본 제국주의 역사학을 모방하는 데서 출발했다”고 지적한다.

성명은 “사이비역사학과 뉴라이트역사학은 비역사적 사실과 비합리적 논리를 바탕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고 “역사를 정치 도구화한다는 점도 동일하다”고 봤다. 이어 “이들의 비학문적 주장은 학문 연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배타주의적 성향은 극우주의가 발호할 토양을 제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며 “역사를 정치도구화하려는 유혹은 보수든 진보든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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