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집값·환율 걱정에 꽉 묶인 기준금리…"관세 협상도 변수"
10·15 대책에 보조 맞추겠다는 취지
1440원 위협하는 환율도 불안 요소
'3개월 내 동결' 금통위원 의견 늘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 열기에 기준금리가 한 번 더 묶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인하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7,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이다. 지난주 정부가 가계대출을 꽉 조이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지금 금리를 내려 시장의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부추기지 않겠다는 취지다.
하반기 들어 소비가 살아나며 내수가 회복세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도 양호한 점도 숨을 돌릴 시간을 줬다. 현재까지 경제 상황이 지난 8월 발표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각각 0.9%, 1.6%)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다만 신성환 금통위원이 직전 8월 회의와 같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우리 국내총생산(GDP)이 잠재GDP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는 것을 우려해서다.
"부동산 성장, 우리 경제 갉아먹어"… 환율 상승, 강달러 영향 제한적
기준금리를동결한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집값 급등세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책(10·15 대책) 때문에 가계부채에 대한 위험은 많이 사라질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라서 (상승세가) 어느 정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장 대출 문턱은 높아졌으나 안심하기 이르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이 전주 대비 0.50% 오르며, 2012년 5월 이후 가장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중심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해 이 총재는 "우리나라 성장률,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고환율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이날 장중 1,440.0원을 찍으면서 4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금통위(8월 28일) 당시 1,387.6원(주간거래 종가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39.6원으로 52원이나 뛰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분에 대해 "4분의 1 정도는 달러 강세 영향이나 나머지는 국내 및 지역적 요인으로 절하됐다"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 △일본 재정확장 전망에 따른 엔화 약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포함한 한미 관세협상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이 원화값을 짓누르고 있다고 부연했다.

금리 인하, 내년으로 넘어가나…APEC 전후 관세협상 관건
이날 금통위 직후 시장에서는 '추가금리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넘어갔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금통위원 6명 중 2명이 '향후 3개월 후에도 연 2.5%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는 직전 8월 회의 5(인하)대 1(동결)에서 1명이 '동결 전망'으로 이동한 결과다. 지난달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간 금리 차가 1.75%포인트(상단 기준)로 축소돼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폭이 넓어졌으나, 주택 시장은 물론 다른 금융안정 리스크를 더 크게 본 것이다. 금통위 회의 결과는 환율과 함께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기도 했다. 이날 장중 사상 처음 3,900을 터치했던 코스피는 오후 들어 외국인이 빠져나가면서 3,845.56(-0.98%)으로 하락 마감했다.
무엇보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 경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크다. 이 총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윤곽이 잡힐 미중 협상 결과가 향후 (우리 경제) 성장 경로 파악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대미투자펀드를 포함한 한미 협상 결과와 반도체 경기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미투자펀드 조성 관련 이 총재는 "한은이 자체 보유한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나 배당 등으로 공급할 수 있는 외화 규모를 산정하면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앞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한은이 1년 사이 조달할 수 있는 외화 규모가 150억~200억 달러라고 정부에 전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상경 차관, 머리는 숙였으나 사퇴는 없었다... 여야 모두 질타 | 한국일보
- 50번 넘게 주문한 치킨, 알고 보니 바가지?… 온라인 '와글와글' | 한국일보
- 박봄, 돌연 YG 양현석 고소… "64272e조억 미지급" 주장 | 한국일보
- "김건희, 근정전 용상에 앉았다"…이배용과 경복궁 비공개 방문 | 한국일보
- 남양주·구리·동탄으로 ‘풍선효과’?... "단기 호가 상승, 확산 제한적" | 한국일보
- 이번에는 강유정 대변인 예능 출연… 대통령실 브리핑룸 첫 공개 | 한국일보
- [단독] 단속 하루 전 "다 도망가라"...캄보디아 경찰·사기단 유착 포착 | 한국일보
- 아기 살리고 숨진 산모…바퀴벌레 잡다가 불낸 이웃 여성 구속 | 한국일보
- 조국의 적은 조국의 실력이다 | 한국일보
- "조급한 건 미국… APEC 전 서두르다 국익 내줘선 안 돼" [인터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