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헌법소원 치외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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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 방파제다.
그 피해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었고, 오직 사면이나 재심이라는 예외적 절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1951년 시작된 독일 헌법소원은 입법·행정뿐만 아니라 법원의 모든 판단도 대상으로 삼는다.
헌법소원제도가 '국민 기본권을 구제하는 장치'가 된 것은 헌정사에서 민주주의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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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 방파제다. 그런데 정작 헌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법원 재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 재판’을 예외로 한다. 행정처분이나 입법 행위는 헌법 심판을 받지만, 사법부만은 ‘치외법권’이다.

헌정사에서 사법권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군사정권 시절 긴급조치 재판이나 부당한 간첩 조작 사건들은 모두 법원 재판을 통해 합법의 탈을 썼다. 그 피해자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었고, 오직 사면이나 재심이라는 예외적 절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독일은 이러한 문제를 일찍이 극복했다. 1951년 시작된 독일 헌법소원은 입법·행정뿐만 아니라 법원의 모든 판단도 대상으로 삼는다. 하급심 판결이 기본법에 위반된 때 이를 뒤집은 사례도 다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사법부도 헌법 아래에 있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다. 다만 헌법 위반이 명백한 예외적 사안에만 개입한다는 절제된 기준을 지켜왔다. 체코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재판소원을 허용한다. 헌재가 있는 국가 중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 정도가 우리와 같이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독일 모델을 채택했다. 헌법소원제도가 ‘국민 기본권을 구제하는 장치’가 된 것은 헌정사에서 민주주의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완성에 머물러 있다. 법원 재판만이 예외로 남으면서 헌법소원은 ‘권력 분립’이 아닌 ‘권력 분리’라는 구조적 모순에 갇혀 있다고 봐야 한다.
국회에서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과 지도부는 지난 20일 확정판결 후 3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 기본권이 침해돼 헌법 위반이 명백한 판결을 대상으로 헌재가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반대 측은 “4심제 도입으로 사법 체계가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헌재가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보다 위에 있게 돼 권력 분립이라는 헌법 취지에 반한다는 논리다. 재판소원을 허용하면 헌재 부담이 크게 늘 것도 우려한다.
헌재 헌법심은 사실심과 법률심을 다루는 법원 재판과 성격이 다르다. 헌법재판은 제4의 국가작용이다. 법원이 행정처분을 심판한다고 행정부 상위 기관이 아니듯, 헌재와 법원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공론에 부쳐 이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됐다.
최현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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