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에 김치냉장고까지…풀무원은 왜 '가전'으로 눈 돌렸나

김하나 기자 2025. 10. 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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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분석
식품업체 풀무원 기대와 물음표
주방가전 사업에 진출한 풀무원
지난 3년간 꾸준히 성장세 보여
아직까진 긍정론·비관론 엇갈려
가전, 확실한 성장 동력 될까

2021년 에어프라이어를 론칭했다. 2024년엔 김치냉장고를, 지난 5월엔 음식물 처리기를 선보였다. 여느 가전업체의 이야기 같지만 아니다. 식품업체 풀무원이 출시한 제품들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풀무원은 왜 가전시장에 진출한 걸까.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전시장에서 풀무원은 나름의 색깔을 낼 수 있을까.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풀무원이 식품을 넘어 주방 전반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풀무원의 대표 산업은 누가 뭐래도 식품이다. '생가득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두부 제품군은 스테디셀러로 유명하다. 매출 비중도 높다. 회사 매출 중 67.7%가 국내외 식품제조유통 부문에서 나온다.

이런 풀무원이 최근 '주방가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어프라이어를 시작으로 김치냉장고, 음식물 처리기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풀무원이 가전시장에 진출한 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홈쿡족(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던 시기였다.

당시 풀무원은 자사의 가정간편식(HMR)을 맛있게 조리할 수 있도록 돕는 오븐형 에어프라이어 '스팀쿡'을 선보였다. 식품과 가전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가전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온 풀무원의 제품군은 현재 30여종. 조리부터 보관ㆍ관리까지 주방의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라인업을 갖췄다.

지난해부턴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2024년 롯데하이마트ㆍ전자랜드 등 주요 가전양판점 입점을 본격화했고, 올해 8월엔 '풀무원 김치냉장고 2026년 모델'을 전국 전자랜드 82개 매장에 입점시켰다. 풀무원 관계자는 "초기에는 온라인 판매에 집중했지만, 오프라인 체험 수요에 대응해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며 "다양한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경영적 변화의 이유 = 그렇다면 풀무원이 '본업'인 식품에서 가전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적 변화의 중심엔 '국내 식품 시장 정체'가 있다. 내수 부진과 인구 감소 등으로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거다.

최근 국내 식품 소비는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식료품ㆍ비주류음료 소비지출은 34만1000원(실질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0% 줄었다. 이는 2016년 2분기 이후 9년 만의 최저치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식료품 지출을 바짝 줄였다는 방증이다.

[사진|풀무원 제공]

식품이 '저마진 구조'라는 점도 풀무원이 가전 시장에 진출한 이유다. 풀무원의 중심은 두부ㆍ나물ㆍ생면 등 신선식품이다. 이들 제품은 마진이 적은 데다, 냉장ㆍ저온 물류망을 유지해야 한다. 그만큼 고정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풀무원은 올 상반기 1조632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 308억원(영업이익률 1.9%)에 그쳤다. 100원을 팔면 1.9원이 남은 셈이다.

■ 긍정론: 시너지+틈새 = 풀무원이 가전 시장에 뛰어든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건데, 문제는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다. 시장에선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무엇보다 본업인 식품과 연계해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일례로 에어프라이어엔 '풀무원 자동 메뉴 모드'를 탑재해 풀무원의 냉동만두ㆍ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최적의 상태로 즐길 수 있다. 소형 김치냉장고는 풀무원의 대표 김치 제품인 '톡톡김치' 라인업과 연동해 개발했다. 본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돌리겠다는 계산에서다. 풀무원 관계자는 "식품과 가전의 결합을 시도하며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플랜"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가전이 '소형 디자인'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1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소형가전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 컨설팅은 한국의 소형가전 시장이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4.9% 성장해 3조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풀무원 관계자는 "소형가전 시장엔 대형가전 기업이 진출하지 않았고, 1ㆍ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성장세도 높아 틈새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소형 주방 가전에 집중해 풀무원만의 독자적 포지션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략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풀무원의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0% 증가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가전 매출 성장률(CAGR)은 42.9%에 달해 3년 연속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 비관론: 치열한 경쟁 =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가전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가령, 김치냉장고 시장은 1위 위니아와 삼성전자ㆍLG전자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3강 체제에서 풀무원이 나름의 위치를 점하는 건 쉬운 도전이 아니다. 가격 경쟁력도 관건이다. 풀무원의 148리터(L) 소형 김치냉장고는 89만9000원이다. LG전자의 217L 제품이 100만원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용량 대비 가격 부담이 크다.

제조ㆍ서비스 체계도 아직은 한계가 있다. 풀무원은 가전 생산을 중국의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ㆍ주문자위탁생산) 업체에 맡기고 있다. 사후 서비스 역시 위니아에이드에 위탁했다. 그만큼 풀무원의 기술력과 서비스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는 거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풀무원이 그동안 친환경ㆍ윤리경영 이미지를 앞세워 소비자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전 사업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후 서비스나 원산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소비자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과연 풀무원은 한계를 딛고 가전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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