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시론] 지역사회의 플랫폼으로서의 공공도서관- 장홍규(국립창원대 명예교수)

조용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으로만 알고 있는 공공도서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도서관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창의적인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보의 열린 공간으로서 소통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의 중부지역 기후시. 인구 39만을 조금 넘는 도시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기후시립도서관·모두의 숲’은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식과 교류의 공간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도서관이다. 연간 이용자 수가 개관한 2015년 23만명에서 2024년 현재 135만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을 넘어 시민이 함께 배우고 교류하며 창조하는 거점으로서,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것이다.
‘모두의 숲’ 도서관의 주목할 점은 건축학적 혁신성과 프로그램의 개방성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토요오(伊東豊雄)가 설계한 목조건물은 높고 넓은 천장과 자연광을 활용한 실내디자인이 돋보인다. 천장은 종이 재질을 이용한 거대한 조명이 마치 숲속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따뜻한 빛을 쏟아낸다. 그리고 혁신적인 건축과 더불어 주목할 부분은 개방성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참여형 워크숍, 강좌, 전시회가 있으며 아이들이 책을 교환하는 프로그램, 지역단체가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 심지어 도서관 내의 동선을 산책할 수 있게 한 점이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돼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서도 도서관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인근 명지국제도시에 위치한 국회도서관 부산분원이 그 새로운 시도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2022년에 개관한 부산분원은 국가 문헌의 보존공간을 확보하고 지식과 문화의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도서관이란 특징이 있지만, 조용한 책 읽는 공간에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개인실, 카페, 전시실, 디지털미디어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공간은 도서관이 주체가 된 운영이 아니라 지역주민 참여형 도서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변모에는 다양한 것들을 들 수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성을 강화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 네트워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촌지역의 작은 도서관은 마을의 고령화 인구를 위한 디지털기기 활용법 교육과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도시지역의 도서관은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조용한 열람실 대신 카페형 오픈스페이스를 마련해 지역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담당한다. 그뿐만 아니다. 정보의 빠른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보의 접근성에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운영한다. 전자책과 데이터베이스 제공은 물론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도서 추천 서비스, 원격 강의, 온라인 북클럽도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도서관을 단순한 지식의 저장소 역할을 넘어 사람을 연결해 창의적인 생각을 공유하며 지역주민과 협업할 수 있는 공유의 실험실과 소통의 플랫폼으로 진화를 바라는 시대의 정신이 있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전달의 매개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창의적 허브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도서관은 책이 놓여 있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 조용한 이미지를 고수하기보다는 소통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플랫폼 역할을 감당하는 열린도서관이 되었을 때 지역사회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장홍규(국립창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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