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 약속했는데…윤 정권 때 화석연료로 돌아간 가스공사

옥기원 기자 2025. 10. 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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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먹거리”라더니 “진행중·계획 사업 없음”
잉여 풍력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제주 상명 그린수소 생산 설비 전경. 한국중부발전 제공

한국가스공사가 기후 대응을 위한 ‘미래 전략 사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그린수소’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소홀했던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수소 사업 동력은 약해진 반면 앞으로 사업성이 악화될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확장 사업에만 수천억원 예산을 투입하는 등 스스로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가스공사는 그린수소 사업(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다시 에너지로 쓰는 사업)과 관련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 중인 사업과 추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진행한 그린수소 사업은 27억원 예산(정부 지원분 약 19억원)을 들여 제주에너지공사 등 11개 기관과 함께 추진한 ‘1메가와트(㎿)급 수전해시스템 구축 및 실증사업’뿐이었다. 이 사업은 시간당 약 18㎏(수소버스 1일 사용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실증 단계에 멈춰 있다.

이런 상황은 그린수소를 ‘100년 먹거리’로 키운다 했던 가스공사의 청사진과 상반된다. 가스공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4월 ‘수소사업 추진 로드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수소 신사업 등을 키워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30년까지 한해 약 20만톤 그린수소 생산시설 확보 및 국내 수소충전소 150여개소 운영 등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됐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 생산하는 수소로 저장·운송 가능한 특성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스공사는 전국에 천연가스 배관망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이 사업을 하는 데 최적의 기관이라 평가받는다.

시간당 버스 4대, 승용차 20대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제주 함덕 수소 충전소 전경.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추천한 최연혜 사장이 취임한 뒤 가스공사의 수소 사업은 동력을 상실했다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국민의힘 출신 국회의원인 최 사장은 윤 대선캠프 활동 이후인 2022년 말 사장에 취임해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거셌다. 이 시기 가스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입가격 상승분을 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올해 상반기 기준 3년간 누적영업손실액이 40조원을 넘을 정도로 재무상황도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도 가스공사는 충남 당진의 석문국가산업단지 안에 총 공사금액 5800억원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 터미널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약속한 수소 사업 대신 저물어가는 화석연료 사업에 더 매달리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기후솔루션 등은 “현재 국내 천연가스 터미널 이용률이 33%를 넘지 못한 상황에 미래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가스 터미널을 확장한다는 건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성장하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최대 7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 수요가 2036년까지 16.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 사용량이 줄수록 국내 가스 터미널들이 좌초자산화 될 위험성은 커진다. 액화천연가스 발전소의 경우 석탄발전보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총량은 적지만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메탄 배출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전 세계가 가스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김한규 의원은 “기후대응을 위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가스공사가 다시 해외 모잠비크 자원 개발이나 국내외 가스 터미널에 조 단위 투자를 하는 등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값비싼 수입 연료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기존 사업 관점에서 벗어나 가스 수입 감축액으로 재원을 확보해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전환에 활용하려는 사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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