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진격거 인기에… 만화도서관 북적북적

부산/김미희 기자 2025. 10. 1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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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도시’ 도약 꿈꾸는 부산
지난 12일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의 모습. 시민들이 만화책을 읽고 있다. 연제만화도서관은 지난 6월 문을 연 전국 1호 공공 만화 도서관이다. 개관 4개월 만에 방문객 8만명을 넘겼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국내외 만화책 3만여 권을 볼 수 있다./김동환 기자

지난달 18일 찾은 부산 연제구 연제만화도서관. 지난 6월 문을 연 전국 1호 공공 만화 도서관이다. 허영만의 ‘각시탈’ 등 고전 만화부터 스파이더맨 등 마블 시리즈까지 국내외 만화책 3만여 권을 볼 수 있다. 일반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대출도 가능하다.

평일인데도 전국에서 온 만화 마니아 50여 명이 만화책에 빠져 있었다. 아빠는 ‘열혈강호(무협 만화)’, 딸은 ‘흔한 남매’를 들었다. 빈백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사람도 있다. ‘안녕?!자두야!!’와 ‘윌유메리미’ 등 만화 주인공들의 피겨도 보였다.

그래픽=이진영

경남 양산에서 온 김민혁(23)씨는 “만화 보러 부산에 원정 왔다”며 “만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성지순례’ 장소로 소문이 났다”고 했다. 박호준(26)씨는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원작 만화를 찾아 왔다”고 했다.

지난 6월 개관 이후 4개월간 연제만화도서관을 찾은 사람은 총 8만4000명. 하루 700명 꼴이다. 조현주 만화도서관장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 애니메이션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케데헌은 최근 누적 시청 횟수가 3억2510만회를 넘었다. 넷플릭스 영화 역대 1위다. 지난 8월 개봉한 귀멸의 칼날 극장판은 관객 542만명을 동원했다. 올해 국내 박스 오피스 2위다.

과거 ‘만화방’은 어둑어둑하고 담배 연기 가득한 곳이었다. 반면에 만화도서관은 카페처럼 밝은 분위기다. 그래서 가족 방문객이 많다.

12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 만화도서관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 만화책을 읽고 있다. 전국 최초 만화 전문 공공도서관인 연제 만화도서관은 개관 3개월 만에 방문객 8만명을 돌파했다. /20251012 김동환 기자

만화도서관은 만화나 웹툰(인터넷 만화) 작가 지망생을 키우는 역할도 한다.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창작실과 강의실 등을 갖췄다. 매주 주말에는 ‘라이브 드로잉쇼’도 열린다. 작가나 지망생들이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대형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행사다. 드로잉쇼에 참여한 강민주(22·영산대 웹툰학과)씨는 “아이들이 내 드로잉 작업을 본다고 생각하니 스타가 된 것 같았다”며 “만화·웹툰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만화도서관에선 유명 작가들이 잇따라 강연을 연다. 지난 6월에는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그린 주동근 작가가 단상에 섰다. 지난달에는 ‘안녕?!자두야!!’의 이빈 작가가 만화 캐릭터 만드는 법을 주제로 강의했다. 수강생은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지역 주민들이다.

지난달 20~21일 만화도서관 일대에서 개최한 ‘제1회 연제만화페스티벌’에는 시민 3500명이 찾았다.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의 이대양 작가가 서울대 공학박사에서 웹툰 작가로 변신한 스토리를 풀어놨다.

시민들의 반응에 연제구도 놀랐다고 한다. 연제구 관계자는 “국내 만화 산업이 급성장하는 점에 주목해 만화도서관을 개관했는데 주민들이 더 좋아한다”고 했다.

윤기헌 부산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애니메이션 전공)는 “일본에는 만화도서관이 100곳이나 된다”며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쟁력도 동네 곳곳에 있는 만화도서관에서 나온다”고 했다.

12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 만화도서관에서 어른과 아이 모두 만화책을 읽고 있다. /김동환 기자

국내 만화 산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만화 산업 매출은 3조1064억원으로 1년 전(2조7394억원)보다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25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60% 뛰었다. 콘텐츠진흥원은 “산업 규모는 아직 K팝이나 K드라마보다 작지만 증가 폭은 가장 크다”고 했다.

부산시는 웹툰 지원 예산을 지난해 13억6000만원에서 올해 14억7000만원으로 늘렸다. 지역 대학, 기업과 신인 작가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현대 만화가 가장 먼저 들어온 ‘만화 도시’”라며 “부산 출신 만화 작가도 많다”고 했다. 부산 출신 만화 작가는 ‘쥐돌이’를 펴낸 고우영, ‘순정만화의 대모’라고 불리는 신일숙, 1000만권이 팔린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의 홍은영 등이 있다. ‘열혈강호’를 그린 양재현 작가 역시 부산 출신이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 중인 웹툰 작가는 약 250명이다. 부산대, 경성대, 영산대 등 10개 대학이 만화·웹툰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뿐 아니라 경기 부천, 경북 상주 등에도 크고 작은 만화도서관이 있다.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 있는 ‘만화도서관’도 올해 방문객 13만명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11만명)보다 18% 증가했다. 공공 도서관인 연제만화도서관과 달리 열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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