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푸치니의 아픈 손가락…비운의 명작 오페라
푸치니의 원숙기 작품 불구
완성도·구성 등 미흡 실패작
명곡 ‘도레타의 아리아’ 남겨
영화 ‘전망 좋은 방’ 배경음악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 각인된 푸치니의 오페라 <제비>는 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 작곡되어 1917년 어렵게 무대에 올려지게 된다. 당시 국제 정세의 미묘한 변화로 원래 상연하기로 한 오스트리아에서 공연되지 못하고 이탈리아어로 각색되어 중립국인 모나코 몬테카를로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이 완성될 시기에는 죽음이 난무하는 혼란의 시대로 이러한 영향 때문에, 푸치니의 원숙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죽기 살기로 사랑하거나 가슴을 찢는 듯한 비애나 분노 등의 강렬함과 애절함이 없어서 그런지 죽는 사람도 없고 극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중심이지만 이 오페라가 낭만적인 요소로만 채워졌다고도 볼 수 없다.

3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무대는 프랑스 제2 제국 시기의 파리이며, 여주인공 마그다는 부유한 은행가 람발도가 후원하는 고급 호스티스로 매일 화려한 파티와 함께 향락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녀는 후원자 람발도가 그녀의 요구를 뭐든 다 들어 주어서 화려하고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지만 마그다는 자기 주위에는 허구와 가식으로 가득 찬 사람들만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 때문에 그녀는 옛날 순박했던 첫사랑은 가난한 고학생으로 불현듯 그를 떠올리며 그리움에 사무친다. 마그다는 평소와 다르게 평범하게 차려입고 간 한 파티장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연상하게 하는 청년 루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둘은 도피하여 프랑스 남부 니스에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세상과 등지며 사는 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마그다의 과거에 관하여 모르는 루제로는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 마그다와의 결혼을 허락을 구한다. 그리고 아버지는 결혼할 사람이 순결하며 명예로운 여인이라면 환영한다는 뜻을 전달받지만, 마그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루제로에게 어울리는 순결한 여인이 아니라며, 자신을 찾아온 람발도와 제비처럼 다시 예전의 마그다로 돌아가겠다는 노래를 부르며 이오페 <제비>는 막을 내린다.

평소 품행이 단정치 못한 마그다에게 사랑하는 남자 루제로가 생기지만 그의 보수적인 집안은 마그다와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고 결혼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방해하지만, 후에 둘의 혼인을 승낙하나 마그다는 떠난다는 내용의 스토리는 지금까지 봐왔던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와는 이질감이 있는 참신성 없는 구시대적 소재였다. 또한 등장인물이 나비부인이라든지 토스카처럼 보여줄 주요 등장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작품의 실패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세계 1차 대전 중 무대에 올려진 이오페라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조잡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본과 구성의 약점은 푸치니의 음악과는 별개였다. <제비>는 이중 조성 패시지까지 포함된 세련된 화성의 사용 방법과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푸치니의 음악이 멈추지 않고 끝없이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또한 푸치니 특유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선율도 건재하며, 제1막에서 마그다의 두 개의 아리아와 제2막의 댄스음악은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이전 작품인 <서부의 아가씨>나 <나비부인>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는 없지만, 웅변과 매력이 넘치는 대목은 점점 발전해 가는 푸치니 내면의 음악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극으로서는 흥미와 감동 그리고 줄거리의 전체적인 짜임새가 없는 실패작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