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가속노화 3종 세트’ 어떻게 먹어야 할까...연속혈당측정기 사용해보니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백화점과 마트 진열대엔 선물세트와 과일이 가득하고, 추석 제수 물가에 대한 기사, 맛과 정성으로 가득 차려진 상차림 사진을 보면 ‘역시 명절이구나’ 싶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붙여본 입장에선 추석 상차림이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달콤한 송편과 한과, 온 가족이 만든 만두와 전, 흰 고봉밥이 ‘가속노화 3종 세트’처럼 보이는 겁니다.
명절 과식, 혈당 롤러코스터 지름길
저는 지난해 말부터 연속혈당측정기를 2∼3개월에 한 번씩 붙여왔습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를 내서 혈당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피부에 센서를 붙여서 혈당을 24시간 살펴볼 수 있는 기기입니다.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제1형 당뇨, 임신성 당뇨 등이 있는 사람에겐 연속혈당측정기는 유용합니다. 최근엔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관리 차원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붙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저도 호기심에 한 번 부착해본 뒤 뭘 먹을 때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는지 살펴보곤 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에 급격한 혈당 상승과 하락 등 심한 변동이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는데,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학술용어는 아닙니다. 보통 당뇨가 없는 건강한 사람의 식사 전후 혈당 차는 50㎎/dL(데시리터)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은 명절 음식들이 혈당 수치를 어떻게 흔들어놓는지를 제 몸으로 실험해 본 기록입니다.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혈당이 얼마나 오르내리는지는 다르기 때문에 사례로만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별생각 없이 집어먹기 쉬운 떡과 한과는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대표적으로 올리는 음식입니다. 쌀가루로 만들어진 이들 음식은 위장에서 소화와 흡수가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저는 지난 설 무렵에 극심한 마감 스트레스로 유과 5개를 집어먹은 적이 있습니다. 먹을 무렵엔 혈당이 100㎎/dL 안팎이었는데, 1시간쯤 지나자 250㎎/dL까지 치솟았습니다. 연동된 앱에서 수직 상승하는 혈당 그래프를 확인한 저는 기겁하며 회사 1층부터 9층까지 왕복 2번을 오르내렸지만, 쉽게 내려가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명절 상차림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전과 고기는 어떨까요? 의외로 기름진 음식들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습니다. 밀가루나 튀김가루를 많이 묻히지 않았다면 단백질 비중이 높고, 전을 부치는 과정에서 쓰인 기름이 소화를 지연시키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겁니다. 고기 역시 비슷한 이유로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습니다.
기름진 음식은 혈당이 늦게 오른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흔히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한 사람은 ‘혈당이 밀린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통상적인 음식은 식사 30분 뒤 혈당이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고, 1시간30분∼2시간 사이에 혈당이 다시 올랐다가 내리는 곡선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이 뒤늦게 일어나는 현상을 두고 ‘혈당이 밀린다’는 표현을 쓰는 겁니다. 지방이 많은 단백질과 튀김류를 많이 먹으면 혈당이 완만하게 올라가지만, 이 수치가 잘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다른 식사와 비교했을 때 혈당의 평균선을 높인다고 할까요?
명절 음식은 아니지만 유추할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저는 튀김 꼬치 10개를 2시간에 걸쳐서 느리게 먹은 적이 있습니다. 식전 102mg/dL에서 2시간 내 최고치가 125㎎/dL라 안심하고 있었지만, 2시간을 조금 넘기자 갑자기 치솟더니 155㎎/dL을 기록했습니다.

식사 후 입가심으로 먹는 과일은 어떨까요? 제 경우엔 사과와 배는 생각보다 혈당을 그리 올리지 않았습니다. 먹기 전과 식후 혈당 최고치 차이는 50㎎/dL를 넘기진 않았습니다. 사과를 껍질째 먹으면 껍질에 풍부하게 있는 식이섬유가 소화를 늦추기 때문에 혈당을 완만하게 올린다고 합니다.
의외의 복병은 따로 있습니다. 말린 과일인 곶감입니다. 그냥 감도 달지만, 이 감을 말린 곶감은 혈당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립니다. 말린 과일은 수분이 날아가면서 부피가 줄어들고, 그만큼 당분이 농축됩니다. 일반 감 100g과 곶감 100g을 각각 먹었을 때 후자의 당분 섭취량이 더 클 수밖에요. 감뿐만 아니라 말린 과일은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혈당이 단시간 내에 급격하게 상승하면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빈번해지면 같은 양의 인슐린이 나와도 몸이 잘 반응하지 않게 되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췌장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지만, 어느 순간 과부하가 걸린 췌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혈당이 계속 높아진 상태가 됩니다.
잦은 혈당 스파이크는 인슐린 저항성 높인다
일반적으로 당뇨가 없는 사람의 공복혈당은 100mg/dL 미만, 식후 2시간 혈당은 140mg/dL 미만입니다. 하지만 식사와 관계없이 측정한 혈당이 200mg/dL 이상, 8시간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 75g 경구 당 부하 검사에서 2시간 혈장 혈당이 200mg/dL 이상,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 등 4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먹는 순서에 따라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먹은 뒤, 단백질과 지방,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 상승 폭을 낮출 수 있습니다. 밥보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 단백질 등이 먼저 들어가면 위장 내에서 탄수화물의 소화와 포도당 흡수를 늦출 수 있어 혈당 상승 곡선이 완만해집니다. 이밖에도 혈당 수치의 기울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먹는 속도, 양, 식사 시간대, 식후 움직임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혈당 수치의 오르내림이 건강한 식사의 유일한 지표는 아닙니다. 최근 혈당을 올리지 않는 음식 위주로 먹는 ‘혈당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혈당 변동이 건강의 유일한 지표는 아닙니다. 예컨대 기름진 음식은 혈당 변화는 완만할지 몰라도, 칼로리가 높고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맹신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수치 변화를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기기의 오차가 클 수도 있고 개인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그래 나 영포티야”…40대 남성, 그들은 어쩌다 조롱의 대상이 됐나
- 목걸이, 관봉권, 王 노리개…‘정교 유착’ 논란 통일교에서 무슨 일이 [특검 완전정복]
- 아들 마약 투약 신고한 남경필 “안아보자”…출소 뒤 포옹
- 고이즈미 꺾은 ‘극우’ 다카이치…정권 잡아도 외교·경제 ‘초고난도 시험대’
- 대통령실 “지난 28일 ‘냉부해’ 녹화…JTBC에 방영 연기 요청”
- 이진숙 석방에…여당 “이러니 사법개혁” 야당 “경찰이 정권 눈치”
- 팬덤에 흔들리는 정치…내년 지방선거가 분수령
- 추석 전날 귀성길 곳곳 정체…서울→부산 7시간30분
- 역대급 긴 추석에 “국감 준비”…연휴에도 못 쉬는 국회 보좌진들
- 전국 대부분 지역에 5㎜ 안팎 비…곳곳에 안개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