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번 돈, 내가 써도 범죄” 황정음 사건으로 본 1인기획사 횡령
[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청와대, 부장검사 출신의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지난달 25일 배우 황정음은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1인 연예기획사의 자금 43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황정음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4일 형이 확정됐다.
황정음은 2022년 7월쯤 자신의 회사 명의로 8억원을 대출받아 그중 7억원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자기 개인 계좌로 이체한 후 가상 화폐에 투자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43억6000만원을 횡령해 그중 약 42억원을 가상 화폐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개인 카드값, 재산세, 대출 이자 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법정에서 눈물을 보인 황정음은 “그동안 살면서 경찰서에 간 적도 없었는데 이런 일을 처음 겪다 보니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알쏭달쏭한 부분이 있다.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하지만, 황정음이 번 돈으로 굴러가는 100% 황정음 소유의 회사다. 가상 화폐 투자에 실패했다고 해도 손해 보는 건 황정음 본인일 뿐이고, 투자에 성공했다면 오히려 회사에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왜 황정음에게 유죄가 선고된 걸까?
Q. 기획사 지분 100%가 황정음 소유라면, 본인 돈을 본인이 쓴 셈인데요. 이것이 왜 횡령인가요?
A. 횡령은 남의 돈을 보관하다가 이를 사적으로 소비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자기 돈을 자기가 썼다면 당연히 범죄가 아니고 횡령도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 회사의 지분을 1인이 100% 보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1인 회사’라고 부르는데, 법률적 관점에서 회사(법인)는 주주(개인)와 동일한 것이 아니고, 별개의 법적 주체가 됩니다. 따라서 1인 주주가 1인 회사의 자금을 사적으로 소비하면 법률적으로 ‘남의 돈’을 횡령한 것이 됩니다.
Q. 1인 회사의 경우 회사 재산이 곧 1인 주주의 재산이 되는 것 아닌가요? 설령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해도,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 같은데요.
A. 1인 주주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경우, 그 회사의 채권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황정음은 자신의 회사가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가상 화폐에 투자했습니다. 만약 투자에 실패해서 회사에 돈을 돌려놓지 못했다면, 은행은 대출해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입니다. 즉 회사의 채권자인 은행이 황정음의 횡령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거죠.
‘주식회사’ 제도는 자본주의의 발명품입니다. 개인이 기업을 일으키도록 장려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사업에 실패하면 기업가는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이러면 사업하는 것을 주저하고, 결국 기업이 위축돼 경제도 어려워지겠지요. 그래서 사업 실패로 인한 손실을 일정 범위로 제한해 기업가가 사업에 도전할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이를 실현하는 법적 장치가 주식회사입니다.
주식회사는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주주의 손실을 회사 설립 당시 출자한 금액으로 제한합니다. 사업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개인 재산까지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그만큼 주주가 최초 출자금액으로 회사를 설립해 마음껏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식회사 제도가 악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주식회사가 빌린 사업자금을 주주가 사적으로 소비한다면 회사는 자금 부족으로 망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회사의 채권자는 사업 자금으로 빌려준 돈을 못 받습니다. 주주가 회사에 돈을 빌려준 사람을 희생시켜 부당 이익을 얻는 거죠. 이는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1인 회사의 1인 주주가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입니다.
Q. 황정음은 “회사를 키우고 싶어 가상 화폐에 투자했다”고 말했습니다. 회삿돈으로 투자해서 이익을 냈다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이것도 횡령이 되나요?
A.회사 자금을 개인 계좌로 옮겨서 개인 명의로 사적인 투자를 했다면, 횡령이 됩니다. 이는 사적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회사에 돌려놓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 횡령한 돈을 회사에 변제하여 ‘피해를 회복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감형 사유가 됩니다.
법원이 황정음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해액을 전액 변제한 점을 참작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차원입니다.
Q. 황정음은 개인 계좌로 이체시킨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했습니다. 공식적인 회계 처리를 통해 회사 자금을 사용한 것 같은데, 이래도 횡령인가요?
A. 간혹 회사 자금은 지출이 되었는데 그 명목이 불분명하거나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자금을 회사 장부에 기재할 때 ‘가지급금’이라는 회계 계정으로 처리합니다. 추후 그 명목이 확정되어야 하는 임시 계정입니다. 회사가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는 가지급금을 가져간 사람에게 회사가 돈을 빌려준 것으로 회계 처리합니다. 따라서 가지급금은 결국 ‘대여금’이 되는 셈입니다.
황정음 입장에서는 가지급금으로 처리한 회사 자금을 ‘잠시 빌린 것이니 나중에 갚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를 해서 회사 자금을 받아간 사람이 황정음이라는 사실도 장부에 기재되어 있으니 더욱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횡령의 법리를 완전히 오해한 것입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한 지출 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인출해서 사용하고 ▲변제기나 이자의 약정도 없었으며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이는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벗어난 행동입니다. 대표이사의 지위를 남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소비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횡령입니다.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Q. 평범한 사람들이 변호사님처럼 횡령 법리를 알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황정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고요. 모르고 한 일인데, 범죄라며 처벌하는 건 좀 과하지 않나요?
A. ‘법률의 부지(不知)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로마법에서 유래한 것인데, 법률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이고, 우리 형법의 기본 입장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법률을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법률 위반의 책임을 면해 준다면 우리 법체계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잘 모르겠거나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면 적절한 법률 자문을 받아서 리스크를 해소해 법률을 위반한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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