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외국어 무료 강의에 1.6만명 몰려… 2030은 지금 '열공 중'

김나연 2025. 10. 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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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어·포르투갈어·이란어·튀르키예어 등
생소한 언어지만 "새로운 문화 배워 즐거워"
'디지털 노마드' '해외살이' 삶 꿈꾸며 듣기도
오민경씨가 지난 4, 5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의 특수외국어교육 우크라이나어 강좌를 들으며 공부한 자료. 오씨 제공

# 직장인 오민경(26)씨는 지난 4, 5월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우크라이나어 강의를 들었다. 외국에서 사귄 우크라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상대 모국어로 말을 건네보고 싶어서다. "한두 마디라도 우크라이나어를 섞어 쓰니 친구가 좋아하더라고요." 오씨는 "너무 재미있어 심화 강의도 듣고, 튀르키예어 등 다른 언어도 배우고 싶다"며 "튀르키예로 다시 여행 갈 생각인데 그땐 현지어로 간단한 소통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구자건(39)씨 취미는 '외국어 배우기'다. 그는 2020년부터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포르투갈어, 스와힐리어, 이란어, 헝가리어, 네덜란드어 등의 강의를 들었다. 올해 상반기엔 크로아티아어를 배웠다. 지난해 유럽 남동부 발칸 반도 등지를 여행하며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문학 등을 접하며 흥미가 생긴 나라 언어를 주로 배운다"면서 "덕분에 새로운 언어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배울 기회가 적은 언어들인데, 무료로 양질의 강의가 제공되니 너무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의 '특수외국어 배워보기' 무료 강의 프로그램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특수외국어 종류. 그래픽=박종범 기자

특수외국어란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로 판단돼 대통령령으로 지정된 53개 언어다. △중동·아프리카 12개(아랍어, 튀르키예어 등) △유라시아 7개(카자흐어, 우즈베크어 등) △인도·아세안 14개(베트남어, 힌디어 등) △유럽 18개(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등) △중남미 2개(포르투갈어, 브라질어)다.

국립국제교육원은 이 중 일부 언어에 대해 단국대, 부산외대, 한국외대와 함께 2020년부터 상·하반기 온라인 강좌를 연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려는 취지다. 올해 하반기엔 25개 언어에 대해 132개 강좌가 개설됐다.

연도별 특수외국어 수강자 현황. 그래픽=박종범 기자

강의 수강자는 사업 첫해인 2020년 627명에서 올해 6,309명으로 5년 만에 10배로 훌쩍 뛰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반기 수강신청 첫날인 지난달 1일에만 1만6,372명이 접속해 사이트가 마비됐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수강신청 첫날 접속자가 6,856명이어서 비슷하게 예측했는데, 3배 가까운 인원이 몰렸다"며 "강의 인원을 소폭 증원하고, 같은 달 8~11일 추가 수강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층의 관심이 뜨겁다. 올해 하반기 일반인 강좌 신청자 2,202명 중 1,775명(80.6%)이 20·30대다.

2025년 하반기 특수외국어교육 일반인 강좌 수강신청자 연령대. 그래픽=박종범 기자

특수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순 호기심부터 '해외살이' 기대감까지 다양하다. 이란어 강의를 들은 이희령(31)씨는 "새 언어를 공부하면 그 나라의 문화와 사고방식까지 함께 배울 수 있어 큰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한 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언어가 끌려 일부러 이란어를 택했다"고 했다. 이씨는 또 "다른 수강생 중에는 이란을 여행하고 싶다는 분도, 저처럼 호기심에 가장 생소한 언어를 고른 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하현주(23)씨는 이민을 목표로 스웨덴어 강의를 수강했다. 장애가 있는 하씨는 "스웨덴 여행을 갔다가 섬세한 복지정책에 큰 감명을 받아, 그곳에 살려고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브라질·포르투갈어 강의를 들은 30대 김세원씨도 포르투갈에 살아보고 싶어 수강을 신청했다. 김씨는 "포르투갈 출장을 가 봤는데, 관용적이고 여유 있는 문화가 좋았다"면서 "세계화 시대인 만큼, '디지털 노마드(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삶의 방식)'를 꿈꾸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강조했다.

대학 교수·강사진 강의가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93~95점이다. 국립국제교육원 측은 "제한된 전문 강의 인력과 예산 등으로 한계가 있지만, 더 많은 국민에게 특수외국어 학습 기회를 확대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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