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효정의 생활 문화와 저항의 역사 [‘한민족 서사, 문화와 세계를 품은 이야기’]
◆전통과 타자의 시선 속에서 서사를 재해석하다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의 한 줄기는 한민족이 하늘부모님을 모시는 신앙을 바탕으로 효정·순결·정절의 윤리와 가족 사랑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온 전통을 개관한다. 예컨대 효는 부모 공경을 넘어 생명의 근원을 공경하는 인륜의 근본으로서 사회와 국가를 지탱하는 정신이 되었고, 시묘살이·제사·효행담(황희, 심청 등)과 여성의 정절·자녀교육(신사임당, 한석봉의 모친)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덕목은 부부·가정·자녀양육의 문화로 확장되어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했으며, 백의민족의 정결성과 평화애호의 미감으로 표상되었다. 동시에 한민족은 외침 앞에서 공의로운 한마음으로 자주성을 지키며 을지문덕·광개토대왕·강감찬·이순신과 승병·의병의 항전으로 국가를 보전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이회영·안중근·유관순·안창호·신채호 등 독립운동으로 그 정신을 계승했다. 주목할 점은 외세와 맞서 자기를 지켜 온 저항 서사가 이 모든 층위에 깊이 스며 있다는 사실이다.

한민족의 전통은 내부적으로 사회적 결속과 정당성을 낳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베버), 외부적으로는 제국주의 담론 속에서 타자화·통제되거나, 한 번 비유된 것이 다른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로 활용되는 재전유(再轉喩)의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즉, 가족과 공동체를 지탱해 온 전통적 가치, 곧 효의 서사에서 자녀의 봉양과 조상 제사는 사회질서의 기반이자 베버가 말한 전통적 권위의 전형이다. 규범이 반복·재현될 때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회는 자발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정절의 서사는 여성 서사와 맞닿는다. 신사임당의 모범적 가정생활, 춘향의 절개, 심청의 효행은 개인의 미덕을 넘어 가문의 명예와 사회적 신뢰를 보존하는 장치였다. 베버적 관점에서 이는 성 역할을 고착화하는 동시에 공동체를 안정시키는 권위로 기능한다.
군사적 저항은 전통의 언어를 통해 정당화되었다.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영웅 을지문덕·이순신·광개토대왕은 ‘하늘의 뜻’과 ‘조상의 유훈’을 실현한 존재로 기억되고, 사명대사·곽재우 등 승병과 의병의 등장은 국가 제도보다 조상과 하늘의 권위에서 힘을 얻었다. 근대 이전 제도가 취약할 때 전통은 공동체 결속과 정치적 정당성의 원천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전통은 문화상품과 국가 브랜드의 형태로 세계에 소개된다. 이 과정에서 전통이 단순화되어 ‘흥미로운 이국성’으로만 소비되거나 내부 행위자가 외부 시선을 의식해 자기 문화를 재포장하는 ‘자기 오리엔탈리즘’이 나타날 위험도 존재한다. 전통을 수출하면서 그 의미가 축소되거나 균질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민 전통은 강력한 국가 자산이다
그럼에도 국가의 전통은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다. 특히 한민족의 선민 의식과 효와 정절, 역사적 저항의 서사는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세에 맞서 공동체를 지켜 낸 힘의 원천이었다. 오늘날에도 그것은 한국이 세계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설명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프트 파워로 기능한다.
‘한민족 선민 대서사시’를 베버의 전통적 권위 개념으로 보면 규범을 내면화해 사회적 안정과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질서의 기제였고,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개념으로 보면 저항과 재전유의 수단으로 활용된 서사였다. 궁극적으로 한민족 서사는 내부의 결속과 외부의 시선을 아우르며, 전통이 권력과 문화, 저항과 재창조의 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선명히 보여준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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