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 맹꽁이, 집 빼앗겨 이주한 배수로·대체서식지는 ‘지옥’

정지윤 기자 2025. 9. 28. 1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5> 옮겨 ‘살 곳’이 없다


- 원래 살던 얕은 습지·물웅덩이
- 기후변화·매립·개발로 파괴

- ‘강제이주’ 직각 콘크리트 통로
-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어
- 말라서 죽거나 바다로 휩쓸려

- 인간이 임시로 마련해준 거처
- 물 고이지 않는 초지에 가까워
- ‘탈출해야만 사는 곳’으로 전락

- 활동가가 구조한 일부 개체만
- 겨울잠 들기 전 가까스로 생존

“맹꽁이 찾았다. 여 와보이소.”

지난 20일 오후 6시30분께, 1990~2007년 낙동강 하구를 매립해 만든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해안 방재림을 훑던 낙동강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이 목청을 높였다. 그는 산삼을 찾은 심마니처럼 환호하며 배수로에서 맹꽁이를 조심스레 옮겼다. 맹꽁이가 오는 11월 동면에 들기 전 배수로에서 구출하는 마지막 날. 생태 활동가 11명이 종아리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뜰채와 채집통을 챙겨 출동했다. 2시간가량 구조 활동 끝에 4마리를 구출해 인근 연못에 풀어줬다.

지난 20일 오후 낙동강 하구 인근 부산 강서구 명지오션시티 내 해안 방재림 쪽 배수로에서 생태 활동가들이 구조한 맹꽁이를 산책 나온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박혜원 PD phw000713@kookje.co.kr


▮ 배수로에 갇힌 멸종 위기종

이곳 배수로는 명지 맹꽁이의 주요 서식처다. 맹꽁이는 원래 얕은 습지나 웅덩이에서 사는데, 낙동강 하구 매립·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돼 배수로에 자리 잡았다. 주변 환경에도 매우 민감해, 하구의 기후변화는 맹꽁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배수로에 갇혔다가 이날 구조돼 근처 인공 연못으로 돌아간 명지 맹꽁이.


‘바다 살리기 국민운동 부산본부’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배수로에서 올챙이 4000여 마리와 맹꽁이 성체 300여 마리를 구했다. 맹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종(2급)이자,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번식 성공률과 서식지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이에 맹꽁이는 기후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몸길이 5㎝, 몸무게 10g 정도의 소형 개구리다. 수명은 8~10년. 암갈색 몸통에 다리가 매우 짧아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이렇게 귀한 맹꽁이가 명지 신도시에서 ‘고단한 삶’을 산다. 배수로는 명지 맹꽁이의 고향이지만,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도’다. 바다 살리기 국민운동 부산본부 박민규 환경처장은 “맹꽁이는 매년 6~8월 물속에 알을 낳는다. 하루이틀 지나 부화한 올챙이는 30~40일 뒤 맹꽁이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배수로에 물이 마르면 말라 죽는다”며 “또 장마철 배수로에 물이 불어나면 바다로 휩쓸려 가 죽는다. 매년 10, 11월 동면에 들기 전 배수로에서 탈출하지 못해도 얼어 죽는다”고 밝혔다.

이런 위험에도, 맹꽁이는 스스로 배수로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몸 구조상 콘크리트 수직 벽을 기어 올라갈 수 없다. 암컷 맹꽁이는 10년 이상도 산다지만, 명지 맹꽁이는 생태 활동가가 구조하는 일부만 살아남는다. 최 처장은 “여름철 비가 내리면 배수로 옆 맨발 산책길의 얕은 고랑에도 맹꽁이가 알을 낳는다. 햇빛이 조금만 나면 그대로 말라붙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혼자 옮겨보지만 역부족이다”고 했다.

▮ 대규모 공사에 절멸 직전

명지 맹꽁이의 존재는 2012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명지국제신도시 1단계 용지 개발 이후 사후환경영향평가 조사 도중 명지 지구 일대에 맹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공사 현장에서 멸종 위기종을 발견하면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이후 환경부 지침에 따라 야생 생물과 그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포획, 대체 서식지 이주, 서식지 보전 등 조처를 해야 한다.

맹꽁이는 서식지 변화에 취약하다. 새처럼 날아서 다른 서식지로 옮길 수도 없다. 이동성이 떨어지고 행동반경이 좁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돌 밑이나 땅속에 숨는다. 이 때문에 개체를 발견해 포획하기도 어렵다. 생태학계가 맹꽁이를 국지적 절멸(특정 지역에서 멸종) 가능성이 큰 종으로 분류해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해 2013년 8월 인근 국회도서관 부산분관 위에 임시 대체 서식지 1만1000㎡를 조성했다. 2013~2019년 맹꽁이 방사 규모에 관한 자료는 소실됐다. 2020~2024년 최근 5년간은 2만4000마리를 공사 현장에서 포획해 대체 서식지로 옮긴 사실이 확인된다. 2016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공사 때도 맹꽁이 1만7000마리가 이곳으로 이주했다.

LH는 “대체 서식지 조성 당시 초지와 습지를 만들었다”며 “사후 모니터링 조사를 진행해 맹꽁이 개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 탈출해야 사는 대체 서식지

환경단체는 임시 대체 서식지가 맹꽁이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립생태원의 ‘맹꽁이 대체 서식지 조성 가이드’를 보면 대체 서식지 내부에는 산란지 동면지 은신처 먹이터가 있어야 한다. 산란을 위해 수심 50㎝ 이하, 면적 50㎡ 이상 일시적 습지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맹꽁이는 수채(잠자리 유충) 등 천적을 피해서 우기 때 짧은 기간 고인 물웅덩이에 산란하는데, 이런 습성에 맞추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제신문이 지난 6월 낙동강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등과 함께 살펴보니, 대체 서식지는 맹꽁이에 적합한 저지대 습지보다 초지에 가까웠다. 플라스틱 그물 재질 울타리가 바닥부터 어른 가슴 높이까지 있었다. 내부에는 어른 키 높이 초목이 덩굴풀에 뒤엉킨 채로 빽빽했다. 땅은 물이 고일 수 없을 정도로 말랐다.

드론 영상과 위성 사진으로 대체 서식지 변화 과정도 파악했다. 그 결과 습지는 2018년께 자연적으로 조성됐으나, 2020년 공사 도중 흙으로 덮여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바닥까지 막아둔 그물 탓에 맹꽁이가 습지를 찾아 탈출하기도 어렵다는 게 환경단체 측 판단이다. 최 사무처장은 “명지 개발로 맹꽁이 서식지 대부분이 사라졌고, 대체 서식지마저 제 기능을 못 한다”며 “대체 서식지가 탈출해야만 살 수 있는 모순적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올해 ‘마지막 구출 작전’이 펼쳐진 이날 명지 맹꽁이는 평소와 다른 큰 관심에 ‘어리둥절했다’. 산책 나온 많은 시민이 생태 활동가들의 구조 현장에 몰렸다. 운동복 차림 어른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맹꽁이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명지오션시티에서 6년째 거주한다는 한 주민이 말했다. “인공 연못을 지날 때 소리는 종종 들었지만,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에요. 기후변화에 더해 여기 사는 우리가 맹꽁이 서식지를 빼앗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배수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맹꽁이를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