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암살 구실…‘눈엣가시’ 억만장자 소로스 겨누는 트럼프
미 법무부, 소로스 재단의 수사 계획 제출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을 계기로 한 ‘급진 좌파’ 단체에 대한 단속의 일환으로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세계적인 공익단체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소로스가 세운 공익재단인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에 대한 수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연방지검들에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토드 브랜치 부법무장관은 캘리포니아·뉴욕·워싱턴·시카고 등의 연방지검들에 방화에서부터 테러에 대한 물질적 지원까지, 이 재단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들을 제시하며 수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전역의 연방검사들과의 소통을 책임지는 담당자인 아라카시 싱은 이 지시에서 연방검사들에게 공갈, 방화, 통신사기, 테러에 대한 물질적 지원 등 광범위한 혐의들을 제시했다.
싱은 리버럴 성향의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캐피탈 리서치 센터’라는 보수적 감시 단체의 최근 보고서를 증거로 들었다. 그는 연방검사들에게 그런 혐의들로 범죄 사건을 수사할 수 있을지 결정하라며, 수사계획 제출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보고서는 소로스의 재단이 “테러나 극단적 폭력에 연관된 단체들에 8천만달러 이상을 퍼부었다”는 검증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팔레스타인 인권단체인 알하크를 예로 들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022년 알하크를 테러 행동의 전위라고 규정했었다. 당시,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은 이스라엘의 이런 조처가 신뢰할만한 증거에 기반을 두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들의 신뢰를 깍아내리고 침묵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25일 백악관 행사 때 소로스 재단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모든 것이 지금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소로스가 “수사 대상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찰리 커크 사망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들은 커크의 사망을 극좌 세력 책임으로 돌리며 소로스와 그가 설립한 재단을 후원자로 지목하고 제재를 다짐해왔다. 트럼프는 최근 엔비시(NBC)와 회견에서 소로스가 “투옥돼야만 할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지난 8월에도 소셜미디어에서 소로스와 그의 아들이 “미국 전역에서 폭력적 시위 등을 지지했기 때문에” 마피아 등을 처벌하는 조직범죄법(RICO) 위반 혐의로 입건돼야만 한다고 비난했다.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는 “시민 사회에 대한 정치적 동기의 공격이며,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견해를 침묵시키고, 수정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를 잠식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지난주 100여개 자유주의 성향의 자선공익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처들을 비난하는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소로스는 우익 진영에서 오래전부터 좌파 및 진보 세력을 돕는 배후 인물로 지목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단일정부를 조종하는 배후인물이라는 음모론의 대상이 되어 왔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나치의 유대인 박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인 소로스는 지난 1970년대 파운드화 가치를 폭락시키는 투기 공격으로 영국의 구제금융 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배후로도 지목됐으나, 연관성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국제금융계의 거물인 소로스는 수십 년 전부터 공익재단을 설립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공익 및 자선 활동을 해왔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 분리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피해자들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공익활동을 시작했고, 특히 1991년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유럽 및 옛 소련권의 민주화 운동 지원에 주력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에서도 마약 및 범죄 퇴치 등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적인 단체와 민주당 쪽에 연관됐다. 소로스는 개인적으로도 민주당에 많은 정치 자금 후원을 했다.
우파 진영에서는 소로스의 공익 활동이 보수 진영을 무력화하는 한편 급진적인 세계단일정부를 수립하려는 의도라는 음모론이 퍼져왔다. 그는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 행렬인 카라반,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항의 시위 등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구설에 시달렸다. 트럼프는 지난 11월 대통령에 재당선 뒤부터 소로스를 직접 거명하며 공격해왔다. 그는 자신을 2023년에 기소했던 맨해튼지검의 검사가 “소로스에 의해 선택돼 자금을 받았다”고 비난해왔다.
소로스와 그 재단을 좌파 진영에서도 의심의 대상이었다. 소로스가 미국 정부와 손잡고, 옛 사회주의권의 색깔 혁명에 자금을 지원하며,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일조한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95살이 소로스는 재단의 관리를 아들 알렉스에게 거의 넘긴 상태이다. 아들 알렉스는 힐리러 클린턴의 오랜 측근인 후마 에버딘과 지난여름에 결혼했다. 소로스 재단의 자산은 현재 23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2억달러 등 지금까지 240억달러를 공익활동에 써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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