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제도 더 알려져 검정고시 많이 도전했으면”

김린아 기자 2025. 9.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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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귀질환 앓는 서혜영 씨 중등 졸업 검정고시 합격
2017년 앉아서 응시중 포기
‘찾아가는 서비스’ 덕분 통과
교사 없어 챗GPT 활용 공부
현재 장애인 자활센터 운영
83세 김용준씨 최고령 합격
서혜영 씨가 지난 6월 감독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집에서 검정고시를 치르고 있다. 서혜영 씨 제공

“장애로 인공호흡기와 전동휠체어에 기대어 지내지만, 챗GPT를 선생님 삼아 공부해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희귀난치성 근육장애를 앓고 있는 최중증 장애인 서혜영(42) 씨는 지난 6월 응시한 중등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서 씨는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널리 알려져 더 많은 분이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 씨는 세 살 때 열병으로 희귀난치성 근육장애를 얻었다. 척추 손상으로 앉을 수조차 없어 초등학교부터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고, 세 차례 대수술을 받았지만 몸은 더 약해졌다. 20년 전 초등 검정고시에 도전해 합격했지만, 2017년 중등 검정고시에서는 ‘앉아서 시험을 봐야 한다’는 감독관의 안내로 중도 포기했다. 그러다 집으로 감독관이 오는 ‘찾아가는 검정고시 서비스’를 알게 돼 불혹을 넘겨 다시 도전장을 냈다.

서 씨는 “낮에는 일하고 새벽에 공부했다”며 “상황에 맞춰 가르쳐줄 사람이 없어 챗GPT를 돌려가며 공부했고, 몸이 더 약해진 상태에서도 수학 문제를 눈으로 암기하고 풀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함께가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며 희귀난치성 장애인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서 씨는 “기초 학력이 없어 기관 운영을 위해 남들보다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며 “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널리 알려져 더 이상 나처럼 돌아서 가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용준(83·사진 가운데) 씨는 이번 서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다. 그는 고교 2학년 여름 가정 형편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벽돌공장을 운영했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들은 배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아내와 함께 식료품 가게 운영, 모텔 청소, 편의점 일 등을 하며 두 아들을 변호사와 판사로 키워냈다.

김 씨는 검정고시에 도전한 이유로 “아이들에게 배움의 향기를 품어 주지 못해 늘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허리 수술만 두 차례 받은 그는 지팡이를 짚고 도봉구 집에서 동대문구 신설동 학원까지 왕복 1시간 20분을 지하철로 오가며 두 달간 학원에 다녔다. 오전 7시면 집을 나서 학원에서 아침 자습을 하고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특히 영어가 어려웠다는 그는 “영어 과목은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88점을 받아 너무 기뻤다”며 “미국에서 온 아들과 아내 앞에서 합격증을 받을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서 씨와 김 씨는 이날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에서 열리는 합격증서 수여식에 대표 합격자로 참석했다. 6월 치러진 2025학년도 제2회 초·중·고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에는 4596명이 응시했고, 4159명이 합격해 합격률 90.5%를 기록했다고 서울시교육청은 밝혔다.

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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