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END 구상’…경주 APEC 남북대화 분수령 되나
김정은 “핵보유국 인정해야 대화”
트럼프 “완전한 비핵화 원칙” 고수
“APEC 주목 속 성급한 기대 금물”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한반도 냉전 종식을 선언하자, 국제사회는 남북 대화 재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전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내달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대화 전환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엔총회서 밝힌 'END' 구상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연단에서 "한반도 평화는 국제사회 전체의 과제다.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며 "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중단·축소·폐기'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설은 20분간 이어졌다. '대한민국'이 33차례, '평화'가 25차례 언급됐다. 특히 "흡수통일은 없다",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라는 발언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실제 언제, 어떤 조건에서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마주 앉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을 대화 전제로 못박았다.
반면 미국은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정책 목표"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고, 같은 날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3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이 되풀이됐다.

경주 APEC '남북대화 분수령'될까
국제사회의 시선은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로 향한다. 뉴욕 유엔총회에 이어 APEC 회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가능성은 낮지만 지난 2019년 G20 직후 판문점 회동처럼 '깜짝 만남'이 재현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번 회의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유력시된다. 관세 문제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 시 주석이 가세할 경우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남북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국면을 '격변의 시작'으로 보면서도 섣부른 기대는 경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불가 발언은 단순한 국면적 메시지가 아니라 사실상 수정 불가능한 수준으로 쐐기를 박은 것"이라며 "북한이 말하는 대화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조건부 대화다. APEC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선언적 발표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END는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다른 의제도 나아가기 어려운 구조다. 본질적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적 결단을 고려하면 핵 동결을 묵인하는 형태의 전격 회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북미 대화가 열리고 동결 합의라도 이뤄진다면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