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문회’ 의결한 추미애와 강경파…與 지도부도 몰랐다

이혜영 기자 2025. 9. 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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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청문회 정국이 전개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전방위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경파가 주도한 청문회를 여당 지도부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며 개최하는 청문회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거나 흔드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권향엽 대변인은 이날 정 대표의 부산 일정 도중 관련 질문이 나오자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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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지도부와 교감 없이 조 대법원장 겨냥한 청문회 의결
“사퇴 안하면 탄핵” 압박 속 ‘한덕수 밀약’ 의혹 헛돌며 개혁 타격 우려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법원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청문회 정국이 전개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 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전방위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경파가 주도한 청문회를 여당 지도부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대법원장의 '사퇴, 탄핵'을 외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 동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희대, 탄핵 마일리지 쌓아간다"

23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법사위가 전날 의결한 '조희대 청문회'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오는 30일 조 대법원장의 국회 출석을 압박했다.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 속도전 끝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부터 최근 여당이 띄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밀약설' 등을 모두 조 대법원장이 직접 청문회에 나와 소명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청문회 압박과 함께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자진 사퇴, 탄핵, 특검 수사' 등을 총망라한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 청문회와 관련해 "국회법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국회법에 특정 사안을 질문하기 위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을 부를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에 삼권분립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며 개최하는 청문회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거나 흔드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사위원인 김기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가능성에 대해 "기본적으로 조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라고 단언했다.

법사위원인 이성윤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대법원장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면 탄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하면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탄핵) 마일리지를 쌓아간다는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 비등하면, 어느 정도 임계점에 이르면 폭발하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요구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 "법은 왕권 강화 위한 통치수단 아냐"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청문회 의결을 추진하던 시각 조 대법원장은 외부 행사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놓았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법은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향상시키는 토대"라고 강조했다. 

여권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공개 석상에서 '법은 통치 수단이 아니다'는 대법원장의 발언이 나오자 민주당은 "궤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대선 개입 의혹 제기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거듭 사의 표명을 압박했다. 

다만 민주당은 추 위원장을 필두로 강경파가 청문회까지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단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청문회 의결 관련 사안을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원들이 중요 사안을 지도부와 협의하지 않고 강행한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향엽 대변인은 이날 정 대표의 부산 일정 도중 관련 질문이 나오자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도 "(원내지도부와) 사전에 상의는 안 됐고 법사위 의결이 된 것으로 사후 통보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에서 유실된 관봉권 띠지 사진과 관봉권 자료 사진을 들고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 개최의 필요성을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법원장·대법관 모두 청문회 불출석에 무게

당내에서는 서영교 의원과 부승찬 의원이 '제보'를 토대로 제기한 '한덕수 밀약설' 의혹의 구체적인 단서가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청문회까지 추진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서 의원 등은 의혹 확인을 위해 청문회가 불가피하고, 불발될 경우 수사와 특검으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대법관 증원 등 굵직한 사법 개혁 의제의 동력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 속 신중 기류가 커지는 모양새다.  

현재로서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이 오는 30일 국회 청문회에 참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지난 5월14일 민주당 주도로 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때도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아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가 열린 바 있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한 전 총리, 지귀연 부장판사,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채택했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파기환송 판결 당시 다수 의견과 달리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이다. 박영재 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으로, 이번 사건의 주심 대법관을 맡았다. 

법조계에서는 만일 청문회가 예정대로 열릴 경우 이번에도 재판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천 처장만 국회에 출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을 비롯해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된 당사자에게 출석요구서가 발송되면 개별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짜뉴스에 근거한 의혹 제기로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개최하려 한다며 맹폭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대로 청문회가 열리게 된다면 2025년 9월30일은 대한민국 삼권분립의 사망일이자 대한민국 국회의 사망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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