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부르는 400년 ‘도문농요’…전승 방안 걱정
[KBS 춘천] [앵커]
추석을 앞두고 농촌 들녘에서는 추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속초 도문동에는 풍요를 부르는 농요가 4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요를 불러주고 들어줄 사람이 줄어 마을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설악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쌍천을 끼고 넓게 자리잡은 속초 도문동.
높아진 가을 하늘 아래 농부들이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으로 나아갑니다.
흥겨운 농요로 힘을 얻은 농부들, 힘차게 벼 베기를 이어갑니다.
["올해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어물어물하더니 나도 또 한 단 나간다."]
구성진 메나리토리 가락, 순박하지만 단순해, 고단함을 잊게 하는 힘이 담겼습니다.
'나간다'를 뱉으며 벼 한 단 베고 앞으로 나아가면, 후창자가 후렴구 '나간다'를 가락을 이어 붙입니다.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음을 모으면 고된 가을걷이의 능률도 올라갑니다.
["너도 한 단이면 나도 또 한 단 나간다! 그 소리 끝나기 전에 나도 또 한 단 나간다."]
거둬들인 벼는 털어 쌀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 부르는 게 '마댕이 소리'입니다.
구절구절마다, 한 해 농사의 보람을 이웃들과 나누는 넉넉한 인심을 담고 있습니다.
["김씨네 마댕이 빨리나하고 박씨집에 옮겨나 가세. 천석이요 만석이요 금년농사가 대풍년일세 에호."]
400여 년 전부터 밀양 박씨, 강릉 김씨, 해주 오씨가 모여 집성촌을 이룬 상도문 마을.
그 끈끈한 관계 속에 농요도 오래 생명력을 유지했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강원도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더 오래 전승해 갈 수 있을지 걱정거립니다.
[오순석/속초도문농요 전승보유자 : "억지로 배워야 하는데 그전에는 조금 이제 배우려고 노력하던 사람들도 더러 있고 그랬어요. (전승 보유자) 이거 해서 먹고 살 수 없으니까 하려고 크게 노력은 안 하는 거야. 지금 실정이 이래요."]
실제로 속초 도문동 인구는 9백여 명.
올해 마을에 태어난 아기는 단 한 명 뿐입니다.
[김한기/속초도문농요보존회원 : "고향을 떠날 마음은 없습니다. 사람은 먹는 게 첫째 최고니까…. 나이 먹으면 고향에 들어와서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재연 행사도 아스팔트 위에서 해야 할 정도로 전승 열기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김만중/속초시 국가유산팀장 :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부르는 소리와 현장, 그냥 밖에서 가볍게 요즘 같은 가요를 부르듯이 하는 소리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형유산이라고 하는 것들은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갈등 속에서도 과거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농자천하지대본'.
그 가치를 담아 이 땅을 지켜온 사람들이 오래 불러온 도문 농요.
더 오래 전승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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