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AI시대의 얼굴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5. 9. 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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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AI이미지 생성 키오스크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상반신을 촬영한 후 애니메이션·아이돌 등 모드를 선택하면 해당 모드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내 앞에 촬영한 40대 후반 여성은 '장원영'이 되었길래, 겸손하게 애니메이션 모드를 선택했다.

얼굴 교체 작업에는 10억원 이상의 후반작업 비용이 들었고, 얼굴을 제공한 배우는 초상권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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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소기업이 개발한 AI이미지 생성 키오스크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상반신을 촬영한 후 애니메이션·아이돌 등 모드를 선택하면 해당 모드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내 앞에 촬영한 40대 후반 여성은 '장원영'이 되었길래, 겸손하게 애니메이션 모드를 선택했다. 10초 후 지브리 스타일의 더벅머리 소년 어부가 나왔다.

심기일전해 '운동선수' 모드로 재촬영했다. 이번엔 20대 초반의 미녀 대학농구선수였다. 이목구비가 닮긴 했는데, 부끄러워 오래 쳐다볼 수가 없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의 앞 사람들은 "비포(실제 촬영분)는 안 나오게 할 수 있나요?"를 물었다.

어부와 농구선수 사진을 받아들고 돌아서며 문득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나와 닮은 얼굴의 소녀 농구선수가 전광판에 나온다면, 그 얼굴은 내 얼굴인가, 내 얼굴이 아닌가.

무료 공개하는 생성형 AI이미지 플랫폼들은 대부분 약관을 통해 콘텐츠를 복제·배포·수정·전시할 권한을 요구한다. 사용자가 만든 이미지를 모델 재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겠다는 동의를 받는 곳도 적지 않다. 다만 초상권은 당사자에게 있다.

AI 얼굴 논란은 현실에서도 존재한다. 최근 텐센트에서 방영된 중국 드라마 '금월여가'에서는 조연배우 얼굴을 AI로 합성해 화제가 됐다. 촬영을 마친 배우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제작진은 배우의 몸만 남기고 얼굴을 다른 배우의 얼굴로 끼워넣었다. 얼굴 교체 작업에는 10억원 이상의 후반작업 비용이 들었고, 얼굴을 제공한 배우는 초상권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이 캐릭터는 교체된 배우가 연기한 것인가, 얼굴을 제공한 배우가 연기한 것일까.

이전엔 앱에서 생일이나 연락처 등 문자화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 이제는 얼굴도 수집하는 시대가 됐다. 손오공처럼 내 분신을 만들기는 쉽지만, 그 분신이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내 얼굴도, 내 얼굴을 닮은 얼굴도 단속은 내 몫이다. 습관적으로 '동의'를 클릭하기 전에 약관을 읽어야겠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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