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태 기자의 책에 대한 책] "뜰을 가꾸는 자에게 잡초는 숙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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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윤기 선생은 본래 소설가로서 창작의 언어를 탐구했지만 우리에겐 번역가로서 더 깊은 울림을 남긴 인물이다.
'1세대 번역가'인 이 선생은 단순히 한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넘어서서 언어와 언어 사이에 '사유의 다리'를 건설한 예술가였다.
2013년 출간된 이 선생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소설가이자 번역가로서의 삶이 농밀하게 담긴 책이다.
'난 틀리지 않았다'는 아집은커녕, 오독과 오역은 번역가의 숙명이라고 이 선생은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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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윤기 선생은 본래 소설가로서 창작의 언어를 탐구했지만 우리에겐 번역가로서 더 깊은 울림을 남긴 인물이다.
'1세대 번역가'인 이 선생은 단순히 한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넘어서서 언어와 언어 사이에 '사유의 다리'를 건설한 예술가였다. 타자의 언어를 자기 안에 소화해 그 심연 속에서 재탄생하게 만드는 번역가로서의 그를 오늘날 모두가 추앙한다.
2013년 출간된 이 선생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소설가이자 번역가로서의 삶이 농밀하게 담긴 책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포함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 그의 대표 번역서에 관한 비화가 1인칭으로 담겼다.
"에코의 책을 번역할 때의 곤혹감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원서를 집어던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번역 과정에서, 이 선생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였다. 오독과 오역의 위험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사전을 펼쳐야만 말의 역사와 단어의 진화사가 보이기에 사전을 펴야 했지만 "어물쩍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가고 싶다"는 유혹도 그를 흔들었다. 그렇다고 사전이 맹신할 물건도 못 됐다. 사전은 '펄펄 살아 있는 저잣거리의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전적 해석만 좇아 번역한 문장이 종종 '죽은' 문장이 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사전에 실린 말은 이해의 길라잡이일 뿐이다."
'장미의 이름' 오역에 관해 이 선생은 솔직한 어조로 회고한다.
초판 출간 후 14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60매짜리 원고가 담긴 봉투를 받는다. 철학을 전공한 한 학자가 '장미의 이름' 300곳의 오역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강유원 박사가 '철학개론' 시간에 학생들과 원문을 꼼꼼히 읽고 이 편지를 보낸 것. 이 선생이 강 박사의 지적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최종적으로 260곳을 수정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끄러웠다고."
'난 틀리지 않았다'는 아집은커녕, 오독과 오역은 번역가의 숙명이라고 이 선생은 고백한다. "뜰을 가꾸는 자에게 잡초는 숙명이다."
하지만 번역은 불가피하다고 그는 믿었다.
"번역되지 않으면 문화는 확산하지 못한다. 신약성서도 헬라어로 쓰였고, 불경 대부분은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로 쓰였다. 헬라어, 팔리어는 목숨이 끊어진 지 오래됐지만 기독교 신자들은 거의 매 주일 우리말로 번역된 주기도문을 왼다. 불교도들은 불경을 봉송한다."
문학을 하는 이유에 이 선생은 "쓰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곤 했다"고 털어놓는다. 월남에 파병을 가서도 소설을 쓸 정도였다. '가벼운' 몸으로 살다 떠났지만 그가 남긴 소설은 가볍지 않다. 예술가의 삶이란 존재의 일부를 한 조각씩 덜어내다 떠나는 과정일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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