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뒤늦게 알려준 미국, 100% 배신 행위”…걸프국 동맹 흔들
UAE·사우디도 관계 재점검 관측
중동 평화 계획한 트럼프 힘 잃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카타르를 공습하면서 친미 걸프국가들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CNN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에 관해 “이스라엘이 걸프 아랍 국가를 공격한 첫 사례”라며 “아랍 국가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해 더 큰 우려를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카타르에는 중동 최대 규모 미군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미군이 보는 앞에서 걸프국가들을 폭격할 수 있다면 이들 국가의 안보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으로 미국과 카타르의 동맹이 흔들릴 것으로 내다봤다. 카타르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 약 2000억달러(약 27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줬다. 4억달러(약 5500억원)짜리 초호화 보잉 항공기를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로 ‘선물’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카타르는 미국·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중재해왔고 지난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엔 이란의 대미 보복 공격을 대신 당해주기도 했다. 당시 이란은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사전 약속된 미사일 14기를 쏘는 것으로 대미 보복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 10분 후에야 카타르에 경고했다. 이는 100% 배신행위”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알야 아흐메드 사이프 알타니 주유엔 카타르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의 자국 공격이 “심각한 확전”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카타르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알사니 총리는 “카타르는 가자 전쟁을 멈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당장은 유효한 중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연구소 중동정책 수석연구원은 “중재가 중단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공습 이후 알사니 총리 등 카타르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이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해를 끼칠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미국이 이스라엘의 도발을 묵인한다고 비판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알하산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이번 공습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든 적극적으로 조장했든, 이는 걸프국들과 미국의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걸프국가 간 관계 정상화를 도모해 중동 평화를 끌어내겠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이번 사건으로 걸프국가들 사이에선 미국을 안보 동맹국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유럽 외교관계위원회의 방문연구원인 친지아 비앙코는 “미군 기지와 병력을 중동에 주둔시키는 일이 영향력을 잃었다”며 “미국의 안전 보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가치 없다는 것을 걸프국가들은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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