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금지 입법 유감 [세상읽기]

한겨레 2025. 9. 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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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어린이도서관에 모인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 뒤로 수거된 스마트폰과 전자기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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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곤 | 건신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진보한 문명은 되돌리기 어렵다. 마치 ‘케이블 타이’ 같다. 전진만 있을 뿐 뒤로 돌아가기 힘들다. 온종일 우리 손으로 감아쥐고 사는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내 일상은 화면 대각선 길이 16㎝에 불과한 이 ‘직사각형 전자기기’ 없이 반나절도 못 견딜 거다.

스마트폰 분실 경험을 떠올려본다. 낯선 길을 못 찾고, 송금, 다른 이들과의 소통, 하루 일정 관리, 뉴스 검색, 유튜브 시청 모두 어렵다. 인증 절차가 필요할 때 ‘내가 나라는 명백한 사실’을 온라인 체계 안에서 증명할 도리가 없다. 게임이나 웹툰을 좋아하거나 사진 또는 영상 촬영이 취미이거나 증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고통이 나보다 몇 곱절 클 것이다.

일주일 전이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금지 조항을 포함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1학기부터 이 법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들었다. 놀라웠다. 입법 과정에서 공청회 개최, 전문가 의견 반영, 어린이·청소년들의 목소리 듣기를 얼마나 세심하게 펼쳤는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

그저 딱 한마디를 나 자신에게 던져본다. “그대는 스마트폰의 영향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잠들기 전 ‘유튜브 뮤직’을 틀어놓는다. 15분 뒤에 꺼지도록 설정해뒀다. 다음날 아침. 시계 앱 알람 소리에 깨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폰 없이 화장실 가는 게 불안하다.

이 작은 전자기기는 내 신체 기능의 확장인 동시에 마음과 영혼의 저수지 노릇을 온전히 떠맡고 있다. 그나마 나는 43살 무렵 스마트폰과 처음 만났기에 ‘디지털 거리두기’라는 심리적 저항이 살짝 남아 있을 뿐이다. 하물며 스마트폰으로 뽀로로에 빠져들었고, 아기 상어 노래를 배우며 자란 내 다음 세대는 어떻겠는가?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들에게 신체 일부와 같은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제한한다고?

하기야 스마트폰은 그 출현 직후부터 세계 거의 모든 부모와 교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소파에 파묻혀, 식탁 의자에 앉아, 또는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워 스마트폰 스크린에 열중하는 자녀와 학생들 모습이 걱정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마트폰은 더 빠르고 성능 좋은 칩셋과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했고, 그 사용을 다변화해줄 수만 가지 애플리케이션은 늘어만 갔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국회법 제13장은 ‘질서와 경호’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그 하위 항목 어디쯤, 예를 들어 ‘148조의4’를 신설하여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의원들의 품위를 유지하고, 회의 방해 행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공익 효과를 가진다. 전면적 예방조치다. 비꼬는 제안이 아니다. 지난 사건들을 떠올려보라. 국회의원이 스마트폰으로 선정적인 사진이나 키워드를 검색하다 들켰다. 차명으로 주식 거래하기,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의도적인 정보를 흘려서 보도진 카메라에 일부러 노출하기 사건도 일어났다.

의원들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이 이뤄질 리 없다.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의 행태’로 인해 대다수 선량한 의원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며 이유를 들먹이겠지.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이 누려야 할 편리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입법권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논리를 학생들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입법 조처에 적용해보라. 18~25살 사이의 청년 국회의원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두명만 있었어도 그와 같은 법안은 통과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 역시 부모이고, 선생 노릇도 했다. 어린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과 그 폐해를 동시대 어른들처럼 똑같이 경계하며 걱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서둘러서 ‘입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되레 이 문제를 어린이·청소년들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근무했던 제천간디학교에서 수년 전 교내 스마트폰 과잉 사용 문제가 불거졌을 때가 기억난다. 숱한 논의를 거쳐 아이들이 내놓았던 해결책은 이러했다. 일과 시간 중 스마트폰은 ‘지붕이 있는 곳 아래’에서 사용 불가능. 무릎을 쳤다. 욕구를 충족하려면 당사자는 운동장이나 텃밭 쪽으로 나가는 수고를 감내하라는 것이다. 이번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토론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 세대 아이들이 지닌 문제 해결 역량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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