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쪽빛 동해 바라보며 공중을 거닐다 ③최북단 고성 반암낚시공원 전망대

김주현 2025. 8. 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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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으면 누구나 어느새 강태공으로 변신, 짜∼잔”
댕댕이들 잠들면 고기도 낚고 세월도 낚는 ‘마법의 힐링 스팟’
전설의 복서 ‘고 김득구 선수’ 고향, 애환 서린 이야기도 애잔
옛 7번 국도 마주하며 모두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주인공

“아빠, 고기가 잘 안 잡히는데도 괜찮아?”

“응, 여기서 낚시하면 꼭 고기가 안 잡혀도 시간을 보내면서 세월도 낚고∼ 예쁜 거진항구도 볼 수 있어 좋아∼ 그게 바로 힐링이야!”

최북단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에 위치한 낚시공원은 한적한 해변을 찾은 방문객들을 어느새 초보 강태공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낚시&힐링 스팟’으로 불린다.

주말이면 많은 가족 단위 강태공들이 몰리는 이곳은 전국적으로 드문 반려동물 전용 해수욕장인 ‘반비치’가 배경 무대로 자연과의 조화로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 최북단 청정 고성군의 특화해상공원인 반암낚시공원에서 방문객들이 강태공으로 변신한 후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다.

강태공들은 반비치에 마련된 캠핑 사이트를 빌린 후 댕댕이 등 반려동물들과 고운 모래사장에서 뛰어논 후 이들이 쉬거나 고이 잠들면, 아이들과 함께 낚시채비를 갖추고 낚시공원으로 향한다.

반비치 해변을 지나 아늑한 반암항을 곁눈질로 보며 걸으면 채 1분도 안 걸리는 낚시공원은 얕은 수심으로 인해 큰 고기는 드물게 잡히지만, 가을에는 감성돔 새끼인 배대미(지방사투리)를 비롯해 고등어, 이면수어(새치) 등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들이 지날 때면 개락(지천의 사투리)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청정 낚시터로 손꼽힌다.

함께 온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어른들은 멀리 릴을 던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옛 7번 국도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면 흡사 명작 영화로 불리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이 따로 없을 정도로 정겹다.

▲ 전설의 복서 고 김득구 선수의 고향인 이곳은 가족 관광객들이 찾아 낚시와 캠핑을 함께 즐기는 스팟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원형으로 이뤄진 공중 공원을 한 바퀴 돌면, 쪽빛의 동해를 감상하며 저절로 힐링이 되고,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아담한 거진항구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 마을들 대부분 그렇듯이 고성군 거진읍 반암낚시공원 주변도 물회가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인물의 고향으로도 애환이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 권투계를 대표하는 전설의 헝그리 복서 ‘고 김득구’ 선수다.

1956년 8월 10일 이곳 반암리에서 태어난 그는 1978년 프로로 전향한 후 1980년 한국챔피언에 이어 1982년 동양챔피언까지 거머쥐고는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같은 해 11월 13일(한국 시간 1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챔피언전 경기에 나선다.

당시 김득구 선수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미국 한 복판에서 열린 어웨이 경기에 출전해 챔피언과 당당히 맞서며 선전했지만, 14라운드가 시작된 지 불과 19초 만에 맨시니에게 턱을 강타당한 후 링 위에 쓰러졌고, 4일간의 뇌사상태 끝에 산소마스크를 떼어 내며 1982년 11월 18일 향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프로 권투는 고 김득구 선수의 경기 중 사망으로 인해 선수 보호 차원에서 WBA·WBC 모두 12라운드 경기로 변경되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에 우리나라 권투계는 고 김득구 선수의 투혼과 그의 삶을 기렸고, 영화계도 1984년 배우 이계인 씨가 김득구 선수로 주연을 맡은 ‘울지 않는 호랑이’를 영화로 제작, 그의 고향인 거진읍 공회당에서는 서울과 동시 무료 개봉했었다.

▲ 반암낚시공원을 마주한 해변은 반려동물 전용 해변으로 유명한 반비치가 자리해 댕댕이들에게는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당시 이 영화는 옛 거진읍사무소 바로 아래 공회당에서 상영됐고,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느껴 울면서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후 맨시니 선수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 덜기 위해 두 차례 한국을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는 후문이다.

고성군에서도 당시 그의 삶을 기려 작은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었다.

이어 2002년에는 배우 유오성 씨 주연으로 곽경택 감독이 제작한 ‘챔피언’이 고 김득구 선수의 불굴의 삶을 조명하며 회자되기도 했다.

이렇듯, 최북단 거진읍의 작은 포구 반암리는 고 김득구 선수의 43년 전 불굴의 의지로 세계 챔피언 도전 신화에 쌓인 애환을 뒤로하고 유유히 세월을 따라, 현재는 반려동물 전용 해수욕장과 방문객들의 힐링을 위한 낚시공원이 새로운 힐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반암낚시공원를 배경으로 한 반비치에서 한 댕댕이가 주인과 즐거운 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다.

올가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쪽빛 동해를 거니는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전설의 복서 고 김득구 선수의 고향이자, 우리 모두에게 힐링을 전하는 최북단 고성군 거진읍 반암낚시공원을 적극 추천한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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