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쪽빛 동해 바라보며 공중을 거닐다 ③최북단 고성 반암낚시공원 전망대
댕댕이들 잠들면 고기도 낚고 세월도 낚는 ‘마법의 힐링 스팟’
전설의 복서 ‘고 김득구 선수’ 고향, 애환 서린 이야기도 애잔
옛 7번 국도 마주하며 모두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주인공
“아빠, 고기가 잘 안 잡히는데도 괜찮아?”
“응, 여기서 낚시하면 꼭 고기가 안 잡혀도 시간을 보내면서 세월도 낚고∼ 예쁜 거진항구도 볼 수 있어 좋아∼ 그게 바로 힐링이야!”
최북단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에 위치한 낚시공원은 한적한 해변을 찾은 방문객들을 어느새 초보 강태공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낚시&힐링 스팟’으로 불린다.
주말이면 많은 가족 단위 강태공들이 몰리는 이곳은 전국적으로 드문 반려동물 전용 해수욕장인 ‘반비치’가 배경 무대로 자연과의 조화로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강태공들은 반비치에 마련된 캠핑 사이트를 빌린 후 댕댕이 등 반려동물들과 고운 모래사장에서 뛰어논 후 이들이 쉬거나 고이 잠들면, 아이들과 함께 낚시채비를 갖추고 낚시공원으로 향한다.
반비치 해변을 지나 아늑한 반암항을 곁눈질로 보며 걸으면 채 1분도 안 걸리는 낚시공원은 얕은 수심으로 인해 큰 고기는 드물게 잡히지만, 가을에는 감성돔 새끼인 배대미(지방사투리)를 비롯해 고등어, 이면수어(새치) 등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들이 지날 때면 개락(지천의 사투리)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청정 낚시터로 손꼽힌다.
함께 온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어른들은 멀리 릴을 던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옛 7번 국도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면 흡사 명작 영화로 불리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이 따로 없을 정도로 정겹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원형으로 이뤄진 공중 공원을 한 바퀴 돌면, 쪽빛의 동해를 감상하며 저절로 힐링이 되고, 조금 더 멀리 바라보면 아담한 거진항구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 마을들 대부분 그렇듯이 고성군 거진읍 반암낚시공원 주변도 물회가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인물의 고향으로도 애환이 면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나라 권투계를 대표하는 전설의 헝그리 복서 ‘고 김득구’ 선수다.
1956년 8월 10일 이곳 반암리에서 태어난 그는 1978년 프로로 전향한 후 1980년 한국챔피언에 이어 1982년 동양챔피언까지 거머쥐고는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같은 해 11월 13일(한국 시간 1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챔피언전 경기에 나선다.
당시 김득구 선수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미국 한 복판에서 열린 어웨이 경기에 출전해 챔피언과 당당히 맞서며 선전했지만, 14라운드가 시작된 지 불과 19초 만에 맨시니에게 턱을 강타당한 후 링 위에 쓰러졌고, 4일간의 뇌사상태 끝에 산소마스크를 떼어 내며 1982년 11월 18일 향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프로 권투는 고 김득구 선수의 경기 중 사망으로 인해 선수 보호 차원에서 WBA·WBC 모두 12라운드 경기로 변경되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에 우리나라 권투계는 고 김득구 선수의 투혼과 그의 삶을 기렸고, 영화계도 1984년 배우 이계인 씨가 김득구 선수로 주연을 맡은 ‘울지 않는 호랑이’를 영화로 제작, 그의 고향인 거진읍 공회당에서는 서울과 동시 무료 개봉했었다.

당시 이 영화는 옛 거진읍사무소 바로 아래 공회당에서 상영됐고,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흐느껴 울면서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후 맨시니 선수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 덜기 위해 두 차례 한국을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는 후문이다.
고성군에서도 당시 그의 삶을 기려 작은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었다.
이어 2002년에는 배우 유오성 씨 주연으로 곽경택 감독이 제작한 ‘챔피언’이 고 김득구 선수의 불굴의 삶을 조명하며 회자되기도 했다.
이렇듯, 최북단 거진읍의 작은 포구 반암리는 고 김득구 선수의 43년 전 불굴의 의지로 세계 챔피언 도전 신화에 쌓인 애환을 뒤로하고 유유히 세월을 따라, 현재는 반려동물 전용 해수욕장과 방문객들의 힐링을 위한 낚시공원이 새로운 힐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가을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쪽빛 동해를 거니는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전설의 복서 고 김득구 선수의 고향이자, 우리 모두에게 힐링을 전하는 최북단 고성군 거진읍 반암낚시공원을 적극 추천한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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