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세 모녀가 추락해 숨졌다. 사진은 경찰 등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모습./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한 오피스텔에서 세 모녀가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자살예방 안전망에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망 배경에 대한 의문이 증폭된다. 전문가들은 수동적인 정책 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자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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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신호조차 없었던 사망… '숨은 고위험군, 사회 전반에 적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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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강서구 오피스텔에서 시민들이 조화를 두고 간 모습./사진=이현수 기자.
2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밤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12층 오피스텔 건물에서 40대 여성과 10대 자녀 2명이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녀지간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도 없었다. 극단적인 생활고에 시달린 정황도 없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복지급여 신청 및 관련 상담 기록은 없었고,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도 아니었다. 공과금 체납 기록도 없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신호도 없이 극단적 시도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회장은 "보통 자살에는 전조증상이 있다. 연령별로는 청소년의 탈선·폭력, 노년층의 갑작스러운 가족 연락이나 정리 행동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희망이 사라지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고 느낄 땐 신호조차 드러내지 않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명이 모두 추락했다는 점에서 우발적이라기보다는 나름의 내부 합의나 계획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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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해야만 지원?… '조기 발굴 역량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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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경찰이 서울 강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강서구 세 모녀' 사건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이다./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강서구 세 모녀 사건을 '사회적 안전망이 무증상 고위험군을 감지하지 못한 사건'으로 평가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수동적인 자살 예방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체계 및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살 고위험군 관리 체계는 증상이 드러나거나 본인이 요청해야만 연계되는 구조다. 자살 시도자나 정신질환자가 병원을 거쳐 거주지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되면, 사례 관리자가 가정을 방문해 관리한다. 이 과정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은 관리망에서 배제된다.
서울의 한 자살예방센터 직원 박모씨는 "증상을 드러내지 않거나 숨기는 고위험군을 관리하기가 가장 어렵다. 나타나지 않는 신호를 일일이 찾아내는 건 굉장히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단서를 매개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건강검진을 의무화해 이를 통해 가정 상황을 확인하거나,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홍보·캠페인으로 꾸준히 확산해 사회적 안전망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자살예방센터 직원 서모 씨는 "아무리 자살 고위험군이 징후를 숨긴다고 해도 언어적·행동적 신호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이 알아차리고 도와야 하는데, 세 모녀의 경우 주변에서 이를 알려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2년부터 생명지킴이 교육이 의무화돼 자살 징후를 포착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교육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해 자살 고위험군이 증상을 숨겨도 단번에 포착할 수 있는 역량이 전 국민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