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속으로] 꽃과 함께 삶 회복하는 치유농장 ‘뜨레팜’ | 디지털농업

서진영 2025. 8.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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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 8월호 기사입니다.

이 산골 마을에 서울에서 귀촌한 부부가 정성껏 일군 치유농장 '뜨레팜'이 있다.

꽃처럼 사람도 다시 피어날 수 있는 치유 돕고파 뜨레팜의 핵심 치유 자원은 꽃이다.

"꽃이 참 예쁘죠. 그런데 이 꽃이 그저 보기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꽃처럼 우리 삶도 언제고 이렇게 다시 피어날 수 있다고, 그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치유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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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정원에서 꽃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 운영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8월호 기사입니다.

팬지와 목련·작약이 차례로 피어나는 봄날이면 이곳의 하루는 꽃 내음으로 시작된다. 날이 무더워지면 라벤더와 맨드라미가 햇살 아래 기지개를 켜고, 가을이면 각양각색의 국화가 머리를 내민다. 논밭 사이로 물길이 흐르고, 해가 지면 별빛이 먼저 내려앉는 전북 순창군 쌍치면 금성리. 이 산골 마을에 서울에서 귀촌한 부부가 정성껏 일군 치유농장 ‘뜨레팜’이 있다. 말없이 피었다 지는 꽃들이 다정히 말을 건넨다는 곳, 그건 참말이었다.
문현순 ‘뜨레팜’ 대표(63)는 오랫동안 순박한 자연 속에서 누군가의 삶에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었다. 심훈 작가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처럼. 그 바람은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 그를 전북 순창의 산골 마을로 이끌었다.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한 10여 년,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과 가족의 일상을 돌보는 데 전력을 다한 20여 년을 보내고 막상 온전히 자신에게 쏟을 시간이 찾아오자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때 바쁘게 사느라 밀쳐뒀던, 얼마간 모른 체하고 있던 오랜 바람이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금 튼튼한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던 그는 순창에서 그런 터를 찾았다.
뜨레팜 치유농장 장용일·문현순 대표.

남편 장용일 대표(61)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삶의 전개다. 전북 부안 출신인 장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할 때부터 다시 시골에서 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퇴직 후에 좀 여유롭게 지낸다 해도 서울 근교 경기 양평쯤은 떠올려본 적이 있지만 순창이라니. 더구나 퇴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한술 더 떠 먼저 귀촌하겠다고 선언했다. 실랑이는 없었다. 장 대표는 묵묵히 아내 의견을 따랐고, 퇴직을 2년여 앞두고는 한국방송통신대학 농학과에 편입해 공부하며 함께할 날들을 준비했다.

정원 가꾸며 느낀 행복감으로 치유농장 조성
“2015년 이 산골 마을로 귀촌해 1년간은 매일 울었어요. 너무 행복해서.”

귀촌 후 문 대표는 새벽같이 일어나 땅을 고르고 땡볕에도 아랑곳없이 땀을 흘렸다. 그런데도 몸이 축나기는커녕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 하지만 익숙한 일이 아니었고, 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자급자족하며 살아보겠다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뭘 몰랐던 거죠.”

뜨레팜은 3300㎡(1000평) 규모의 치유정원과 더불어 대상자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머물 수 있도록 위기대응공간이 포함된 교육장·원예체험장·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주변에서는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정보를 얻고 교육도 받아보라고 권했다. 이에 “교육이란 교육은 다 들은 것 같다”는 문 대표는 ‘치유농업 전문가 육성 교육’을 받으며 다시금 상록수를 떠올리게 된다. 농기센터에서도 그에게 치유농장 운영을 적극 권했다. 사실 문 대표는 식용 꽃 재배와 꽃차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농기센터에서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치유농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여기에 간호사로 쌓은 경력은 지역의 보건소·복지관·요양기관과 프로그램을 연계할 때 좋은 신뢰 자산이 됐다.

“저뿐 아니라 퇴직을 앞둔 분들 중 상당수가 정원을 가꾸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전원생활을 꿈꾸죠. 처음에는 저도 막연히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치유농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하니 더 체계적인 치유농장을 구현하고 싶었죠.”

2020년 초에 퇴직하고 순창으로 합류한 장 대표는 식물보호기사·조경기사·산림기사 등의 국가공인 자격을 잇따라 취득하며 직접 정원 설계에 팔을 걷어붙였다. 초화류 200여 종, 목본류 100여 종이 계절 따라 표정을 바꾸는 정원을 조성하며 치유농업사 2급 자격도 취득해 치유농장 운영의 토대를 닦았다.

꽃처럼 사람도 다시 피어날 수 있는 치유 돕고파
뜨레팜의 핵심 치유 자원은 꽃이다. 꽃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자원이지만 치유의 매개로 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꽃이 참 예쁘죠. 그런데 이 꽃이 그저 보기 좋은 것에 그치지 않고 꽃처럼 우리 삶도 언제고 이렇게 다시 피어날 수 있다고, 그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치유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이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여러 여건에 따라 4~8회기로 조정할 수 있는 다회기 치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짜고짜 활동을 진행하기보다 대상자들이 곳곳을 관찰하며 농업 자원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씨앗을 뿌리고, 꽃과 텃밭 채소를 가꾸며 이를 활용한 활동을 이어가도록 내용을 구성했다.

알음알음 방문을 희망하는 문의가 들어온다. 예약하면 1~2시간 뜨레팜에 머물며 체험할 수 있는 단회기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한편, 치유 프로그램은 신체·인지·정서·사회성 등의 기능 향상을 두루 고려해야 하지만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뜨레팜에서도 대상자를 분석해 치유 목표와 그에 따른 활동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모든 다회기 프로그램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전 회기 활동을 복기하는 것이다.

“2회기부터는 대상자들에게 전 회기에 했던 활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해서 보여줘요. 대상자들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지는 동시에 프로그램의 연계성도 강화됩니다.”

회기마다 촬영하고 편집 과정을 거쳐 영상으로 만드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뜨레팜에서는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접 지역의 사회복지시설 2곳과 다회기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 뜨레팜은 뜻밖의 피드백을 받았다. 대상자들이 활동 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다회기는 대개 유관기관 연계로 진행된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사업을 평가하는 데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정석대로 현장 활동을 통해 치유 경험을 잘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거예요”라고 회고한 문 대표는 “학교와 도서관 등으로 활동 반경이 확대된 올해는 활동 후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는 요소들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 네트워크 활용해 운영 확대할 계획
치유농장 운영에는 지역 공동체의 이해와 지지도 필요하다. 사실 문 대표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이 지역으로 이주했다. 8남매 중 5남매가 함께 귀촌을 도모해 이웃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이웃이 생긴 마을 사람들은 처음 얼마간은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으나 다행히 긴장감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길가에서 저희 집이 잘 보이거든요. 한번은 마을 어르신들이 오셔서 ‘에어컨 앞에 앉아 늘어지게 살 줄 알았더니 맨날 그렇게 새벽같이 나와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을 하느냐’고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이웃으로 인정해주신 거였어요.”

식용 꽃으로 꽃차를 만들고 시음하는 꽃차 치유는 뜨레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귀농귀촌을 통해 치유농장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예비 농장주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도시에 본가는 유지하면서 농촌을 오가며 귀농귀촌 생활이 나와 맞는지, 그 지역에 내가 잘 정착할 수 있는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장 대표도 “그런 후에는 기꺼이 도전해보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강의나 교육을 진행할 기회가 있는데, 수입이 괜찮은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물론 시골살이에도 수입은 필요하죠. 그럴 때 저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인용하곤 합니다.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저 역시 도전하는 과정에 있고요. 치유농업은 신산업이자 사회적·공익적 가치가 큰 분야입니다. 도전해봐도 좋지 않겠어요?”

뜨레팜에서는 저마다 탁월한 재능이 있는 가족들, 또 지역의 강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향후 더 다양한 대상자들이 치유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숙박과 연계한 체류형 프로그램 준비도 마무리 단계다. 누군가의 삶이, 아니 누구나의 삶이 꽃처럼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두 사람의 말을 곱씹게 된다. 뜨레팜이 그런 삶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따뜻한 뜰이 돼주기를 응원한다.

글 서진영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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