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ieve in San Francisco

아레나옴므플러스 2025. 8. 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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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파크에서 야구 경기를 보고,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작품을 눈에 담고, 샌프란시스코 재즈 센터에서 공연을 감상한 뒤 느꼈다. 이곳에는 꿈과 영감이 살아 숨 쉰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스콧 매켄지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여름엔 그곳이 사랑의 축제가 될 거예요(If you come to San Francisco, 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라고. 지금으로부터 약 2주 전,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다녀왔다. 그새 어렴풋해진 기억에 노래를 들으며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Welcome to San Francisco'. 식상하게 느껴질 법한 인사가 반가웠다. 마치 몇 주 전 기억으로 다시 나를 초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래 적힌 글도 역시 마음을 동하게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가 창조하고 기념하고 재창조하기 위해 모이는 곳입니다. 우리는 가능성, 회복력, 공동체 정신으로 움직이는 도시입니다.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가능성에 푹 빠지는 경험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집에 돌아가시겠습니까?' 그래서 난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을까.

이름도 'San Francisco'인 스콧 매켄지의 곡은 1960년대 히피 문화로 가득하던 시절 평화와 사랑, 공동체 정신을 그린다. 65년 전이나 지금이나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곳이다. 밝은 기운과 경쾌한 바람이 도시를 타고 흐른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 어떤 이든 반갑게 맞아주는 곳. 해와 바람이 다투는 듯 변덕스럽게 바뀌는 날씨도 밉지 않았다. 흐리면 흐린 대로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때가 되면 알아서 햇빛이 비췄다. 이정후 선수가 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경기를 보러 오라클 파크로 향하는 날도 그랬다. 적당히 화창하고 선선한 바람이 야구 경기 관람에 알맞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붙는 경기에서 이정후는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가 등장할 때 나오던 슈프림팀의 노래 '땡땡땡'과 전광판에 환하게 뜬 얼굴을 보니 새삼 애국심이 샘솟았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고래고래 응원하다 목이 쉬어버렸지만, 경기는 1 대 2로 패했다. 시원한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그는 분명 최선을 다했고 중견수로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말 그대로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이토록 큰 무대에서 뛰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싶다가도 본인이 느낄 부담감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앞으로 놀라운 성적을 내길 응원하며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3층에서 보이는 살아 있는 벽(Living wall).

샌프란시스코는 예술과도 뗄 수 없는 곳이다. 벽화가 펼쳐진 야외 미술관 미션 디스트릭트와 미국 및 아프리카 작품, 패션 하우스의 방대한 의상 컬렉션이 있는 드 영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미국 최대 규모 근현대 미술관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역시 이곳을 대표하는 예술 공간이다. 기획 전시도 특별하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영구 컬렉션도 훌륭하다. 그중 5층에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 'One-way colour tunnel'(2007)은 눈부신 아치형 통로를 한 방향으로 통과할 때,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통과할 때 느껴지는 색과 빛이 다르다. 1층에서 올려다볼 때를 포함해 층마다 조금씩 다르게 떨어지는 작품의 색채는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쿠사마 야요이의 독특한 호박 형태 조각품.

5층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조각품 'Aspiring to Pumpkin's Love, the Love in My Heart'(2023)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보던 호박 형태가 아닌 물결치는 모습으로 공간을 휘감은 작품은 보는 순간 압도되고, 감상할수록 빠져든다.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에 방문한다면 전시 관람 전후 카페 5에서 꼭 식사해볼 것. 조각 정원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에 건강하고 가벼운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통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데다 도시 전경과 어우러진 대형 조각품을 감상하는 식사가 자못 근사하다. 식사를 마치면 비로소 예술 감상에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다. 

선 라 아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 재즈 센터로 향했다. 조금 흐리고 쌀쌀해졌지만 오히려 재즈 공연을 보기 좋은 날씨란 생각도 들었다. 이날의 공연은 재즈 작곡가 '선 라'가 이끄는 선 라 아케스트라의 'Big Band Swing'이었다. 우주를 주제로 선보이는 공연은 생소한 느낌도 들었지만 자유롭고 흥겨운 분위기에 어느새 빠져들었다. 특히 'Holiday' 곡을 연주할 때는 수많은 사람이 마음대로 유영하는 듯 보이지만 서로 화합하고 협업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더 인상적인 건 무대 바로 앞에서 춤을 추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스탠딩석 같은 '댄스 플로어'석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곳에는 꽤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음악에 몸을 맡기며 공연에 참여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그리고 재즈 센터까지. 이곳의 예술과 스포츠를 즐기며 공통적으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미션 돌로레스 파크 위에서 바라본 전경.

모든 장소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적지 않게 만났다는 점, 그들이 청년 못지않게 문화를 향유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부터 인생을 더 누릴 필요가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영감도 꿈도 뭐든 잘 즐기는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즐기는 인생과 누구나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다. 그래서 나도 도시가 말하는 것처럼 틈틈이 예술을 구가하며, 미션 돌로레스 파크 풀밭에 몇 분이라도 앉아서 회복력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CREDIT INFO
Editor 김지수
Images 샌프란시스코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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