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아파트 72% 스프링클러 미설치…의무화·비용지원 논의 이뤄질까

이미지 기자 2025. 8. 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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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시군 아파트 3741곳 중 2696곳 미설치
소방법 의무화 적용 이전 지어진 노후아파트
최근 인명피해 발생 아파트 스프링클러 없어
2018년부터 6층 이상 건축물 전층 설치해야

"고가 소방 설비·배관 설치 등 현실적 어려워"
국회 스프링클러 의무화, 비용지원 법안 발의

최근 아파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경남지역 아파트 10곳 가운데 7곳꼴로 자동 물뿌리개(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는 초기 소화 도구로 물을 뿌려 화재가 번지는 것을 방지하고 불을 끄는 장치다. 경남 18개 시·군 아파트 총 3741곳 가운데 72%(2696곳)가 스프링클러 미설치 단지로 확인됐다. 부분설치 아파트는 3%(119곳)로 조사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17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2025.8.17 cityboy@yna.co.kr

경남소방본부·창원소방본부는 지난달부터 도내 아파트 단지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과 가구 수를 파악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는 1개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집계했기에 단지를 개별동으로 나누고 가구 수로 따지면 노후아파트 개수는 더 많을 거라고 밝혔다.

소방시설법(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6층 이상인 아파트를 지으면 모든 층에 설치해야 한다. 2018년 1월 이후 허가를 받은 건축물부터 적용됐다.

그동안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이 여러 차례 바뀌어 법 개정 시점별 의무 설치 대상은 다르다. 1992년 7월 이전에는 11층 이상 아파트에서 11층 이상 층에 설치해야 했다. 2004년까지는 16층 이상 아파트에서 16층 이상 층 적용으로 확대됐고, 2005년부터 2018년까지는 11층 이상 아파트 전층 설치로 강화됐다.

하지만 스크링클러 설치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아 최근 노후아파트에서 화재 인명피해가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아파트 14층에서 난 불로 2명이 숨졌다. 이 아파트는 1998년 준공 당시 16층 이상 공동주택의 16층 이상 층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였다. 이 아파트에는 16층부터 20층까지만 설치돼 있다.
7월 1일 기준 전국 노후아파트 스프링클러설비 미설치 현황. 19일 기준 도내 미설치 아파트는 2696곳이다. /소방청

지난달 13일에는 부산 북구 만덕동 아파트에서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가족 2명이 사망했다. 앞서 같은 지역에서 아파트 화재로 어린이 4명이 숨졌다. 모두 스프링클러 미설치 아파트였다.

노후아파트에 스프링클러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방 설비가 고가인 탓에 입주민 부담이 크고, 배관을 천장에 넣어야 해서 구조상 설치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또 복도식 아파트에는 배관을 외부에 설치해야 하기에 동파 가능성도 있다.

최근 아파트에 화재가 이어지자 입주민들 문의도 늘었다. 경남지역 한 부동산 카페에는 창원 주요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있는지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김해지역 한 아파트는 소방시설 작동점검기간을 앞당긴다고 입주민에게 공지했다.

이 아파트관리소장은 "최근 스프링클러에 대한 입주민 문의가 있어 설치 비용과 방법을 알아보니 설비가 간소화한 간이형도 한 가구에 300만 원 이상이었다"며 "또 시공하려면 천장을 뜯어내고 도배도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화재감지기가 오작동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고 화재 대피요령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법안도 추진된다. 김미애(국민의힘·부산 해운대구을) 국회의원은 지난달 공동주택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또는 간이형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고, 강화한 기준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아파트도 법 시행 2년이 지난날까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방향이다.
스프링클러가 미설치된 도내 한 아파트 게시판. 화재 발생 때 대피 요령법이 게시되어 있다. /이미지

김 의원은 "주민이 자비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어려워서 비용 보조가 필요하다"며 "화재에 더 취약한 주거지일수록 더 강력한 예방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국 노후 영구임대 아파트 97개 단지에 간이형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하고 있다. 경남지역은 7개 단지(650가구)가 대상이다. 현재 50% 정도 설치를 마쳤다.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