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사고 막아야" 맨몸 10차로 뛰어든 광주 '첨단95번' 시내버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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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목격하고 나니 2차 사고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첨단 95번 시내버스 기사 김태헌(52)씨는 담담히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2차 사고를 막았을 뿐 아니라 음주운전 적발에도 기여한 셈이다.
김씨는 "버스 기사로서의 직업적 책임감, 그리고 오랜 봉사활동으로 터득한 안전 지식이 사고 현장에서 발휘된 것 같다"며 "화재 진압 보조, 산불 예방 활동, 심폐소생술 등 평소 몸에 밴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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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하다 가드레일 박은 차랑 발견
파편 정리·휴대폰 불빛으로 통제
의용소방대 활동 안전 지식 도움
"경광봉 모든 차량 지급 등 절실"

"사고 목격하고 나니 2차 사고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죠."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첨단 95번 시내버스 기사 김태헌(52)씨는 담담히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후 11시께 막차 운전을 마치고 퇴근을 위해 차고지로 향하다 북구 연제동 도로 한복판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승용차를 발견했다.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된 차량 안에는 여성 두 명이 터진 에어백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김씨는 망설임 없이 버스를 갓길에 세우고 비상등을 켠 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김씨는 가장 먼저 조수석에 있던 여성을 차량 밖으로 부축해냈다. 이어 운전석 탑승자까지 안전한 갓길로 옮긴 뒤, 곧장 도로에 흩어진 파편들을 하나하나 치우기 시작했다. 사고 지점은 왕복 10차로 구간. 밤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량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위험한 곳이었다.
김씨는 휴대전화 불빛으로 도로 한복판에 서서 차량 흐름을 통제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시민 2명이 삼각대를 건네며 힘을 보탰고, 그들과 함께 차량들을 유도하며 도로를 지켜냈다. 이후 10여분 뒤 도착한 경찰과 119 구조대가 현장을 인계받았다.

"그 도로는 워낙 과속이 잦아 사고가 나면 순식간에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구간에서 중앙분리대 충돌로 사망사고가 났었거든요. 사고 수습을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서둘러 움직였습니다." 김씨의 표정에는 긴박했던 순간의 긴장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사고 운전자는 음주 상태였다. 김씨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2차 사고를 막았을 뿐 아니라 음주운전 적발에도 기여한 셈이다.

김씨가 위험에 먼저 몸을 던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운행 중 도로에 흩어진 파편을 치우거나, 경사면에서 굴러내려온 차량을 시민들과 힘을 합쳐 옮긴 일도 여러 차례 있다. 북부소방서 의용소방대 동림지대와 해병대전우회에서 20년 가까이 봉사해 온 경험이 위기 순간 빛을 발한 것이다.
김씨는 "버스 기사로서의 직업적 책임감, 그리고 오랜 봉사활동으로 터득한 안전 지식이 사고 현장에서 발휘된 것 같다"며 "화재 진압 보조, 산불 예방 활동, 심폐소생술 등 평소 몸에 밴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활약에도 김씨는 겸손했다. 김씨는 "제가 한 일이 대단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 있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버스 기사로서의 일상은 쉽지 않다. 촘촘하게 짜인 배차 간격 탓에 출퇴근 시간에는 화장실조차 가지 못한 채 운행을 이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김씨는 "한 시간이면 갈 길이 출퇴근 시간에는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정류장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야 하니 화장실도 못 가고 바로 돌아나올 때가 많다. 현실을 반영한 탄력적 시간 조정이 절실하다"며 "서울처럼 전용차로만 제대로 운영돼도 훨씬 수월할 텐데, 광주는 택시나 승용차가 전용차로를 막고 서 있어도 단속이 없다"고 털어놨다.
안전 장비 확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씨는 "새 버스에는 삼각대가 있지만 오래된 차량엔 없는 경우가 많다. 경광봉 같은 장비라도 모든 차량에 지급되면 좋겠다"며 "작은 장비지만 2차 사고를 막는 데는 큰 힘이 된다. 이번 현장에서도 경광봉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제 부모님, 제 아이들을 태운다는 마음으로 버스를 운행한다. 안전벨트 착용, 이동 중 자리 이동 자제, 음식물 반입 금지 같은 기본 안전수칙만 지켜주셔도 기사들이 훨씬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며 승객과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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