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흔들리는 10대, 그 떨리는 샘물 같은 배우 이은샘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5. 8. 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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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직업은 어느 날 갑자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위치가 급상승하는 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나하나의 계단을 다양한 감정과 마주치며 오르는 계단과도 같다. 그래서 '평생 직업'이라는 표현도 하고 '배우기 때문에 배우'라는 표현도 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앞에 '짠'하고 등장하는 배우도 의미가 있지만, 모르는 동안 서서히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존재감을 키우는 배우도 있다.

아직은 교복 연기 중심, 그가 표현한 장르의 쾌감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 역할이 수행해야 하는 가치를 이은샘은 정확하게 보고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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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S라인' ''청당국제고등학교'서 입도적인 연기 과시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이은샘/ 사진제공=눈컴퍼니

'배우'라는 직업은 어느 날 갑자기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위치가 급상승하는 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나하나의 계단을 다양한 감정과 마주치며 오르는 계단과도 같다. 그래서 '평생 직업'이라는 표현도 하고 '배우기 때문에 배우'라는 표현도 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날 갑자기 대중의 앞에 '짠'하고 등장하는 배우도 의미가 있지만, 모르는 동안 서서히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존재감을 키우는 배우도 있다. 이 배우가 당장 주연이 아니라고, 으리으리한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절하하거나 연민을 갖지는 말자. 당신이 조금씩 주목해볼 법한 이름, 바로 배우 '이은샘'이다.

이은샘의 모습은 지상파는 아니지만, TV와 OTT 작품을 비교적 열심히 찾아보는 시청자들에게는 포착된다. 그는 최근 웨이브의 오리지널 드라마 'S라인'과 함께 웨이브·넷플릭스 동시 공개에 MBN에서도 방송된 '청담국제고등학교' 시리즈에도 출연했기 때문이다.

두 작품 다 교복을 입었다. 하지만 성격은 딴판이다. 'S라인'에서 보여주는 강선아 역은 '감정적인 졸부'에 가깝다. 어떤 이유로 반 친구들, 특히 드센 친구들에게서 왕따를 당하고 학교폭력을 당하지만, 어느 날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성적관계를 가진 사람끼리 얽히는 'S라인'을 보여주는 안경을 주운 후 그의 인생은 바뀐다. 그는 평소 친구들에게 학대를 당하던 응어리를 주도면밀한 협박과 복수로 풀어내며 결국 학교의 '인싸'로 자리매김한다.

'청담국제고등학교' 시즌2 이은샘 / 사진제공= 와이낫미디어, 리안컨텐츠

'S라인'에서 이은샘은 '왕따'로서의 감정적인 응어리를 공격적으로 풀어놓는 역할이라면, '청담국제고등학교' 시리즈에서는 조금 더 단단하고 정교한 야망을 보여준다. 그는 2023년 첫 시즌이 공개된 '청담국제고등학교'의 최근 공개된 두 번째 시리즈에서도 김혜인 역을 맡았다.

김혜인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청담국제고등학교에서 분수를 파악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는 흙수저지만 학교 안 비밀의 추락사건의 목격자로 자신의 입지를 끌어올린다. 손에 잡히는 기회를 붙잡아 올라가던 그는 시즌 2 들어 학교의 핵심이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6'가 된다. 훨씬 윤택한 삶을 살게 됐지만, 목격자에서 용의자로 변한 그의 운명은 그를 호락호락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결말까지 모두 공개된 'S라인'과 '청담국제고등학교 2'는 만듦새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S라인'은 판타지 설정을 기반으로 한 극사실주의 노선을 타다 갑자기 판타지로 분위기가 뒤바뀌며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그리고 '청담국제고등학교 2' 역시 대한민국 제일가는 자산가인 고등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잘한다고 예상하는 일이 부질없다. 이들의 대사는 심지어 다소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연성의 부족을 붙잡는 것이 출연 배우들의 연기, 특히 극의 중심부를 잡고 가는 이은샘의 연기력이다. 이은샘은 두 서사에서 모두 낮은 위치에서 위로 오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S라인'을 보는 안경 탓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학교의 치부를 봤다는 자격 때문이었지만 두 캐릭터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S라인' 이은샘, 사진제공=웨이브

따라서 극 초반 현실에 순응하거나 때로는 낙담하는 이은샘의 캐릭터들은 결정적인 기회를 붙잡으면서 180도 바뀐다. 안경을 쓴 후 학교 안 불륜관계를 깨닫고 이를 협박해 돈을 번 다음 남학생들과 데이트를 하는 강선아나 '청담국제고등학교 2'에서 백제나(김예림)에게 '다이아몬드 6' 가입을 제안하고 허락을 받아낸 후의 김혜인은 모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이는 장면과 장면, 심지어는 컷과 컷 사이에서도 감정을 분절해 나눠 표현하는 이은샘의 연기 덕을 봤다. 적어도 이 두 작품을 본 시청자들에게 이은샘의 존재감은 과거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나 MBC '옷소매 붉은 끝동', SBS '치얼업'에 비해서는 월등히 크다.

2007년 KBS1 'TV소설-그대의 풍경'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이은샘은 2008년 이후 10살부터 연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다시 스무 살이 임박한 2017년부터 '복수노트' '드라마 스테이지-문집' 등의 작품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처음 작품은 2021년 '옷소매 붉은 끝동'이었다. 그는 작품에서 덕임(이세영)의 나인 동무로 사려 깊고 다정한 손영희 역을 맡았다. 그는 별감과 사통해 임신을 한 일로 결국 비극적인 죽임을 당한다. 이듬해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입이 험한 박미진 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지금 우리 학교는' 이은샘(앞줄 왼쪽)/ 사진제공=넷플릭스 

같은 해 SBS '치얼업'에서 도해이(한지현)의 절친으로 출연한 그는 '청담국제고등학교'를 통해 '그 누군가의 친구'가 아닌 자신의 역을 맡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5년 이어진 두 작품은 그의 현재 가치를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터전이 됐다.

아직은 교복 연기 중심, 그가 표현한 장르의 쾌감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그 역할이 수행해야 하는 가치를 이은샘은 정확하게 보고 움직인다. 그렇기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에서 그의 쓰임새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우리가 지금 모두 추앙하는 천우희나 박소담, 김고은 등의 배우들도 교복 연기에서 보여주는 각자의 아우라 그리고 역할의 경중을 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를 이은샘에게 기대하는 일도 영 상상외의 일은 아니다. 아역 시절부터 조금씩 여물고 있는 이 배우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연기의 폭과 깊이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수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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